윤모(32·여)씨는 보름 전부터 가벼운 운동에도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쉽게 숨이 찼다. 그는 1년 전부터 몸에서 열이 나는 느낌이 있고, 더위도 많이 탔다. 식욕은 좋아서 예전보다 배 정도의 음식을 먹었지만, 체중은 오히려 줄었다. 그리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밤에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졌다. 검사결과 그녀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하나인 그레이브스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계절을 잊었는가 싶을 정도로 때 이른 더위가 계속되면서 유난히 더위를 타고 땀을 많이 흘리며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왠지 설사를 자주 해서 때 이른 더위를 먹거나 장염에 걸린 게 아닌가 싶어 병원을 찾았다가 엉뚱하게도 갑상선기능항진증 진단을 받는 이들도 많다.
서울광혜내과 갑상선클리닉 이종석 박사는 22일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땀을 많이 흘리고 유난히 더위를 못 참는다”며 “특히 여성으로, 평소 충분히 먹는데도 체중이 줄고 더위를 심하게 탄다면 한번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목 앞부분의 가장 돌출된 부위인 후두 아래쪽에서 나비 모양으로 기관을 감싼 상태의 갑상선은 갑상선호르몬을 합성해 저장해두었다가 분비하는 장기다. 갑상선호르몬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세포 에너지와 열 생산을 도맡고 체온조절에도 관여하는 역할을 하는 주요 생리활성물질 가운데 하나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이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돼 각종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국내 병원을 방문,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24만4000명으로 남성이 6만6000명이고, 여성은 17만8000명이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2.6배 더 많은 셈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에 걸리면 갑상선이 커지고 눈이 튀어나오는 갑상선종과 눈 증상 외에도 심혈관계 증상(고혈압·심계항진·심방조동·심방세동·협심증), 소화기계 증상(설사·무산증·위축성위염), 신경 및 근육계 증상(근무력증·하지 주기성 마비), 피부 증상(소양증·색소침착·습진)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 중 요즘 같이 날씨가 더울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증상은 장염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에 발생하는 설사를 일반 장염 때문인 줄 잘못 알고, 엉뚱한 치료로 헛고생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뚜렷한 이유 없이 설사를 할 때는 장염은 물론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이 아닌지도 의심해 봐야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들이 종종 설사를 하는 이유는 갑상선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인해 장운동이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대개 갑상선 중독 증상이 심한데도 치료를 소홀히 한 경우, 갑상선 중독증 치료를 받다가 임의로 약물을 끊었을 경우 입으로 먹은 음식이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 박사는 “노인의 경우 많이 먹는데도 체중이 준다거나 식은땀을 흘리며 더위를 많이 타는 등 전형적인 갑상선 이상 증세보다는 잦은 설사와 함께 가벼운 운동에도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심장병 증상이 많이 발생하므로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유난히 더위 타고 땀이 주르륵… 이유 없이 설사까지… 혹시 나도 갑상선기능항진증?
입력 2014-06-23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