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위 타고 땀이 주르륵… 이유 없이 설사까지… 혹시 나도 갑상선기능항진증?

입력 2014-06-23 02:22
요즘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에 장운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져 자주 설사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잖아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광혜내과 갑상선클리닉 이종석 박사가 갑상선을 촉진하는 모습. 서영희 기자
윤모(32·여)씨는 보름 전부터 가벼운 운동에도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쉽게 숨이 찼다. 그는 1년 전부터 몸에서 열이 나는 느낌이 있고, 더위도 많이 탔다. 식욕은 좋아서 예전보다 배 정도의 음식을 먹었지만, 체중은 오히려 줄었다. 그리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밤에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졌다. 검사결과 그녀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하나인 그레이브스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계절을 잊었는가 싶을 정도로 때 이른 더위가 계속되면서 유난히 더위를 타고 땀을 많이 흘리며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왠지 설사를 자주 해서 때 이른 더위를 먹거나 장염에 걸린 게 아닌가 싶어 병원을 찾았다가 엉뚱하게도 갑상선기능항진증 진단을 받는 이들도 많다.

서울광혜내과 갑상선클리닉 이종석 박사는 22일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땀을 많이 흘리고 유난히 더위를 못 참는다”며 “특히 여성으로, 평소 충분히 먹는데도 체중이 줄고 더위를 심하게 탄다면 한번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목 앞부분의 가장 돌출된 부위인 후두 아래쪽에서 나비 모양으로 기관을 감싼 상태의 갑상선은 갑상선호르몬을 합성해 저장해두었다가 분비하는 장기다. 갑상선호르몬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세포 에너지와 열 생산을 도맡고 체온조절에도 관여하는 역할을 하는 주요 생리활성물질 가운데 하나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이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돼 각종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국내 병원을 방문,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24만4000명으로 남성이 6만6000명이고, 여성은 17만8000명이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2.6배 더 많은 셈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에 걸리면 갑상선이 커지고 눈이 튀어나오는 갑상선종과 눈 증상 외에도 심혈관계 증상(고혈압·심계항진·심방조동·심방세동·협심증), 소화기계 증상(설사·무산증·위축성위염), 신경 및 근육계 증상(근무력증·하지 주기성 마비), 피부 증상(소양증·색소침착·습진)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 중 요즘 같이 날씨가 더울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증상은 장염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에 발생하는 설사를 일반 장염 때문인 줄 잘못 알고, 엉뚱한 치료로 헛고생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뚜렷한 이유 없이 설사를 할 때는 장염은 물론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이 아닌지도 의심해 봐야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들이 종종 설사를 하는 이유는 갑상선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인해 장운동이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대개 갑상선 중독 증상이 심한데도 치료를 소홀히 한 경우, 갑상선 중독증 치료를 받다가 임의로 약물을 끊었을 경우 입으로 먹은 음식이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 박사는 “노인의 경우 많이 먹는데도 체중이 준다거나 식은땀을 흘리며 더위를 많이 타는 등 전형적인 갑상선 이상 증세보다는 잦은 설사와 함께 가벼운 운동에도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심장병 증상이 많이 발생하므로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