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대대적 공격으로 촉발된 이라크 내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아파 출신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퇴진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고문단 파견이라는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긴 하지만, 2011년 말 완전 철군 후 이라크 땅에 다시 미군을 들여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알말리키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라크 지도자가 누가 돼야 하는지 선택하는 것은 우리(미국)의 일이 아니다”면서도 “현재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 지도부 간 깊은 분열이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이라크 지도자는 ‘통합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의 운명은 종파 간 균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시아파 목소리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알말리키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워싱턴포스트(WP)도 오바마 행정부가 알말리키 총리를 대신할 대안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 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브렛 맥거크 국무부 부차관보와 로버트 스티븐 비크로프트 이라크 주재 대사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바그다드에서 수니·시아파,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함께 알말리키 총리를 배제하고 새로 정부를 짜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전날 알말리키 총리는 물론 그의 반대 세력이자 수니파 정계 대표인 오사마 알누자이피 국회의장, 쿠르드자치정부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과 각각 전화통화를 갖고 통합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간파한 알말리키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들도 비밀리에 그를 축출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익명의 시아파 정치인들은 알말리키 총리를 대체할 인물로 아델 압둘 마흐디 전 부통령, 아야드 알라위 전 총리 등 시아파 출신 정치인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에 최대 300명의 군사 고문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문단은 전투 임무를 띠고 파견되는 게 아니라 이라크 정부군의 병력 모집 및 훈련, 정보 수집· 분석 지원 등 자문을 위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신들은 이라크 정부군과 ISIL이 최대 정유공장이 있는 바이지를 놓고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오바마 “이라크, 통합 지도자 필요”
입력 2014-06-21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