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슈퍼스타였다. 루이스 수아레스(27)가 폭발적인 골 결정력으로 조국 우루과이를 구했다.
수아레스는 20일(한국시간) 상파울루의 코린치안스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혼자 2골을 터뜨리며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에서 코스타리카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던 우루과이는 승점을 추가하며 16강 진출 희망을 살려냈다.
수아레스의, 수아레스에 의한, 수아레스를 위한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무릎 수술을 받은 수아레스는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루과이가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지고 있을 때 수아레스 카드를 꺼내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미였다.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도 수아레스의 스피드와 활동량은 평소에 비해 상당히 부족했다. 하지만 존재감만으로도 팀의 사기를 올린 것은 물론 잉글랜드에 비수를 꽂았다.
수아레스는 0-0으로 맞선 전반 39분 최전방 파트너 에딘손 카바니의 크로스를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절묘한 헤딩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상대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피한 재빠른 돌파, 공을 정확히 구석으로 때리는 기술이 빚어낸 그림 같은 골이었다. 수아레스는 잉글랜드 웨인 루니의 동점골로 1-1로 맞선 후반 40분 또다시 구세주로 나섰다. 수아레스는 골키퍼의 롱킥이 상대의 머리에 맞고 흐르자 쏜살같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을 파고들어 강력한 슈팅으로 잉글랜드 골망을 흔들었다.
사실 우루과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수세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수아레스의 득점은 연출된 것처럼 극적이었다. 오스카 타바레스 우루과이 축구대표팀 감독은 “오늘 경기가 영화라면 우루과이에 이보다 더 짜릿한 해피엔딩은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수아레스를 믿었다”고 밝혔다.
2013∼2014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33경기에 출전해 31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던 수아레스의 동물적인 골 감각이 월드컵에서도 다시 한 번 발휘된 셈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루과이를 4강으로 이끈 데 이어 이번에도 조국을 구한 수아레스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된 수아레스는 “내 생애 최고의 경기 가운데 하나였다”며 “잉글랜드에 있는 많은 이들이 지난 수년 동안 내 태도를 비웃었는데, 지금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시 확인해 보고 싶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다만 수아레스의 2골은 모두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동료로 잉글랜드 주장인 스티븐 제라드의 실책성 플레이에서 기인해 희비가 엇갈렸다. 수아레스는 “제라드는 내가 그라운드에서 함께 뛴 최고의 선수로 그 순간 운이 없었던 것뿐”이라며 클럽 동료에게 위로를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가 돌아왔다… 부상도 못말린 수아레스 ‘킬러 본색’
입력 2014-06-21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