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은 정교하고 적극적으로… 롱패스는 정확히 하라

입력 2014-06-21 02:33

알제리전을 이틀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에 수비를 강화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1패를 기록한 알제리는 우리와의 경기에서 파상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8일(한국시간) 러시아전에서 드러난 수비 분야의 약점들을 보완하는 작업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태클은 정교하게 더 많이=한국은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태클을 13번 시도했다. 20일까지 진행된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각 팀이 경기당 평균 17.4번의 태클을 시도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저조한 수치다. 더 적극적으로 태클을 많이 시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태클에 성공해 공을 뺏은 경우는 5번이었다. 태클 성공률 38.5%로 각 팀의 경기당 평균 22.4%보다 높아 언뜻 나쁘지 않은 결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옐로카드를 무려 3장이나 받았다. 많이 시도는 하되 다음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정교하게 태클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롱패스는 정확하게 효율적으로=알제리는 벨기에전에서 동점을 허용한 뒤 무리하게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오히려 빠른 역습을 당했고 오른쪽 측면 뒷공간이 열리며 역전골을 허용했다. 한국 역시 알제리의 수비 뒷공간을 공략할 계획이다. 홍명보호의 안톤 두 샤트니에 전력분석 코치는 "이런 (알제리 수비 뒤쪽) 공간을 노리면 우리도 득점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역습을 위해선 수비진의 정확한 롱패스가 필요하다. 한국은 러시아전에서 53%의 롱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러시아는 63%였다. 한국이 91번의 롱패스를 시도해 러시아(68번)보다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단당한 롱패스가 너무 많았던 셈이다. 남은 기간 롱패스 정확도를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진단된다.

◇"2선 측면침투를 차단하라"=홍명보 감독은 훈련 도중 수비수 김영권과 홍정호를 따로 불러 10분 가까이 직접 지도했다. 한국이 낳은 최고 수비수였던 홍 감독의 '특별 과외'였다. 홍 감독은 두 선수 앞에 위치를 바꿔가며 공을 놓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세세히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훈련 뒤 홍정호는 "홍 감독이 알제리 2선 공격수들의 측면 침투를 사전에 차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의 2선 공격수들이 중앙 공격 루트가 막히자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이 많았는데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부분을 홍 감독이 지적했다고 한다. 한국은 러시아전에서 유난히 크로스를 많이 허용했다.

알제리는 유독 빠른 측면 공격이 돋보이는 팀이다. 역으로 알제리의 측면 공격을 봉쇄한다면 손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상 경계령=한국 축구대표팀에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선수가 벌써 3명이나 나왔다. 수비형 미드필더 하대성은 아예 알제리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왼쪽 발목의 만성적인 인대 염좌 증세가 도져 의무팀의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깊은 태클을 당해 왼쪽 발등에 타박상을 입은 수비수 홍정호는 아직도 틈날 때마다 부상 부위에 아이싱을 하고 있다. 그는 부상 여파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에 러시아전 후반전에 다리에 쥐가 나 교체됐다. 여기에 이청용까지 피로가 누적돼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홀로 조깅만 하고 있다.

첫 경기에서 1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남은 2경기에서 사력을 다해 뛰어야 하는 입장이다. 이미 수비 자원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추가로 몸 상태가 안 좋은 선수가 나올 경우 마지막 벨기에전에선 큰 낭패가 예상된다.

◇심판이 휘슬을 불 때까지=한국이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는 장면에서 우리 선수들은 멈칫한 채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알렉산드로 케르자코프가 공을 잡은 순간 수비수들이 부심을 향해 오프사이드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불필요한 동작으로 정작 공을 잡은 선수는 견제하지 못한 결과가 벌어졌다.

홍 감독이 러시아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스스로 반칙 여부를 판단하지 말고 심판에게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러시아전의 실수는 '심판이 휘슬을 불 때까지는 계속 뛰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 선수들이 다시 되새기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