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해외 관광객 1억명 유치”

입력 2014-06-21 02:43

프랑스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꼭 찾는 곳 중 하나인 파리 중심가 샹젤리제 거리는 일요일이 되면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아 을씨년스럽다. 에펠탑 근처나 루브르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중국 및 일본인 관광객 때문에 일요일이 더 대목인 서울의 명동이나 남대문시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게다가 우리 상점들은 조선족이나 일본인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 관광객을 맞이하지만, 프랑스인들은 불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을 무시하기 일쑤다. 여기에다 이탈리아 로마에 버금갈 정도로 기승을 부리는 파리의 소매치기들이란….

파리를 여행할 때의 이런 불만들이 조금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에게 콧대가 높은 프랑스가 친(親)관광정책으로 1억명의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2012년 기준으로 8300만명의 외국인이 다녀갔다.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하고 200만명이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져든 상태에서 ‘캐시카우(Cash cow·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온 관광산업마저 정체되자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 등이 19일(현지시간) 발표한 관광 활성화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상점의 일요일 영업이다. 파비위스 장관은 “외국인들이 미국이나 스페인에서보다 프랑스에서 돈을 적게 쓴다”며 “상점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근로시간이 짧기로 유명한 프랑스가 일요일 영업을 허용한 것은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프랑스에서는 일요일과 심야 영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률과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많은 상점이 일요일에 문을 닫고 있다.

또 지난 1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한 48시간 내 신속 비자 발급제도를 돈이 많은 중동 국가들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관광객들에게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니는 아시아인을 배려해 주요 관광지에 경찰 인력도 지금보다 20% 늘려 배치키로 했다. 유럽에서 기차를 타고 오는 관광객을 위해 파리의 대표 역인 가레 뒤 노르드역의 시설도 개선할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드골 공항에서 파리 시내까지 오는 택시의 경우 정액제를 도입해 고질적인 바가지요금을 없애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파리 시내와 공항 간 고속철 건설도 앞당길 예정이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의 플뢰르 펠르랭 통상국무장관은 “프랑스인이 외국인에게 불친절하고 서비스와 굽신거림을 혼동한다”며 보다 상냥하게 관광객을 맞이하자고 제안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