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 우니?

입력 2014-06-21 02:19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29)에게 20일(한국시간) 열린 우루과이전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경기였다. 8년간 자신을 괴롭혀온 월드컵 무득점 징크스를 한 방에 날려버렸지만 팀은 패배해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56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루니는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후반 30분 동점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관중은 환호했고, 루니도 하늘에 손가락 키스를 날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루니는 2006 독일월드컵에 처음 출전해 월드컵 3개 대회에 연속으로 나섰지만 이날에야 뒤늦은 데뷔골을 기록했다. 루니는 A매치 92경기에서 39골,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442경기 216골을 넣은 잉글랜드 최고의 축구 스타다. 그런데 월드컵 본선에선 이전까지 단 한 골도 넣지 못해 “큰 경기에 약하다”는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됐었다. 결국 루니는 월드컵 본선 10경기, 무려 759분 만에 첫 골을 터뜨리며 이 같은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하지만 루니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팀이 패배하며 16강행 좌절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1차전에도 이탈리아에 1대 2로 진 잉글랜드는 2연패로 D조 최하위로 처졌다. 만약 16강행에 실패하면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잉글랜드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1950 브라질월드컵과 1958 스웨덴월드컵 단 두 차례 뿐이었다.

축구 종가 적자 루니에게 이제 선택의 여지는 없다. 25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코스타리카전에서 무조건 골을 많이 넣는 것만 남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