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월드컵이 개최된 이후 월드컵에선 선수 보호와 공정한 플레이를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제도와 규칙이 도입되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골 판독기가 첫선을 보였고, 프리킥 때 수비벽 지점을 정확히 구별하는 배니싱 스프레이도 이목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월드컵에서 새로운 제도와 규칙을 결정·변경하는 기구는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을 총괄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바로 국제축구평의회(IFAB)라는 기구다. FIFA는 IFAB가 결정한 제도·규칙으로 월드컵을 운영한다.
그런데 IFAB의 구성은 상당히 폐쇄적이다. IFAB는 잉글랜드축구협회, 스코틀랜드축구협회, 웨일스축구협회, 북아일랜드축구협회를 대표하는 4명과 FIFA를 대표하는 4명을 합해 8명으로 이뤄져 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는 모두 영국의 지역 이름이다. 즉 영국과 FIFA 대표만 IFAB에 들어올 수 있다.
FIFA는 월드컵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IFAB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가도 아닌 영국 지역 4곳의 축구협회가 포함돼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영국이 축구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사실 1886년 설립된 IFAB는 FIFA(1904년)보다 먼저 태어났다. 영국 4개 지역 대표가 IFAB에서 축구 규정을 만들고 난 후 뒤늦게 FIFA가 참여한 것이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영국 4개 지역 이외에는 어느 국가도 IFAB 회원국이 될 수 없게 됐다.
영국은 이 밖에도 FIFA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FIFA는 월드컵에서 1국가 1개 팀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영국에 대해선 예외를 두고 있다. 이에 영국은 올림픽에선 단일 국가로 출전하지만 월드컵에선 4개 팀이 모두 지역예선에 참여할 수 있다.
축구 종가 영국이 만든 IFAB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월드컵에선 규정 미비로 여러 가지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1930년 우루과이월드컵 결승전 때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서로 자기 공을 사용하겠다고 싸워 결국 전반에는 아르헨티나 공, 후반에는 우루과이 공이 사용됐다.
선수 교체도 1970 멕시코월드컵 때부터 도입됐다. 그 전까지 각 팀들은 경기에 참여하고 있던 선수가 부상으로 실려 나가더라도 벤치 멤버를 교체 투입할 수 없었다. 1958 스웨덴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전반 초반 수비수가 부상으로 실려나간 프랑스가 10명으로 싸우다 브라질에 2대 5로 패해 우승컵을 넘겨줬다. 1966 잉글랜드월드컵에선 북한이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물리치고 8강 신화를 일궜지만 그 이면에는 이탈리아가 부상 선수를 교체할 수 없어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점이 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월드컵 규칙, FIFA 아닌 영국 중심 IFAB서 만든다
입력 2014-06-23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