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19일 사퇴 의사가 없으며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반드시 가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여야는 물론 청와대로부터도 자진사퇴 ‘올코트 프레싱’을 받고 있음에도 물러나지 않고 ‘마이 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문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며 배수진을 치고 나서면서 ‘대통령 부재정국’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주말까지 여권과 문 후보자가 대치하는 모양새는 계속될 전망이다.
문 후보자는 자신이 ‘나인 투 식스’(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라고 예고한 것처럼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나와 퇴근길에 올랐다. 그러나 그동안 취재진의 질문 2∼3개에 짧게 답했던 여느 퇴근길과는 달랐다. 그는 별관 로비에 선 채 무려 20여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작심 로비회견’이었다.
그는 “현대 인물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안중근 의사님과 안창호 선생님”이라며 “나라를 사랑하셨던 분을 가슴이 시려오도록 닮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분들을 정말로 존경하는데 왜 저보고 친일이다, 반민족적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지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는 말도 했다. 이어 안 의사가 재판을 받은 중국 뤼순 감옥과 재판정을 둘러본 소감을 바탕으로 쓴 과거 칼럼을 읽었다. 서울 남산의 안중근기념관에 헌화한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제가 너무 흥분했다. 오늘은 이것으로 끝내고 내일 또 여러분 뵙겠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의 거칠고 투박한 ‘퇴근길 메시지’는 분명했다. 자신의 역사관은 친일에 뿌리를 두지 않고 있으며, 절대로 인사청문회 전에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행보는 과거 교회 및 대학 강연에서 자신이 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식민사관’ ‘친일사관’ 논란이 불거진 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고,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출퇴근 때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느낀 소감을 한가지씩만 말씀드리려 한다”고 말해 이 같은 방식의 해명을 계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자신을 후임 총리로 낙점한 박 대통령마저 임명동의안 재가 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궁지에 몰리자 ‘셀프 구원작업’에 들어갔다는 인상까지 들었다.
문 후보자는 앞서 오전 집무실로 출근하면서도 ‘여권 쪽의 압박이 거세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밤 사이에 (입장) 변화가 없다. 저는 어제 말한 것처럼 오늘 하루도 제 일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셀프 구원’ 나선 文… “안중근 존경하는데 왜 친일파냐”
입력 2014-06-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