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에서 울고 웃은 수문장들] 카시야스, 조별리그 두 경기서 7골 내주고 고개 떨궈

입력 2014-06-21 02:01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골키퍼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였다. 반면 새롭게 떠오르는 ‘거미손’들이 축구팬들의 환호를 온몸에 받으며 골든글러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스페인 골키퍼 이게르 카시야스(33)는 세계 축구사에서도 손꼽히는 수문장이었다. 2012년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세계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됐는가 하면 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IFFHS)이 같은 해 발표한 1978∼2011년 활약한 전 세계 골키퍼 중 2위가 카시야스였다. 그러나 카시야스는 지난 14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무려 5골을 허용했다. 망연자실한 카시야스는 지난 19일 칠레전에서 명예회복에 나섰지만 2골을 내주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스페인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면서 카시야스는 적어도 이번 월드컵에선 구겨진 체면을 세울 수 없게 됐다.

IFFHS 선정 골키퍼 랭킹 1위는 이탈리아의 잔루이지 부폰(36)이었다. 하지만 그는 조별리그 첫 경기를 코앞에 두고 훈련 도중 발목·무릎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지난 15일 잉글랜드전에서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제2의 야신으로 불렸던 러시아의 이고르 아킨페예프(27)도 명성에 걸맞지 않는 기량을 보였다. 지난 18일 한국전에서 이근호의 슛을 손에서 놓치며 ‘기름손’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부각된 신성(新星)들도 있다.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29)가 대표적이다. 그는 개막전 승리로 기세등등한 브라질에 맞서 같은 날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 선방쇼를 선보였다. 골대 바로 앞에서 날아온 발리슛을 포함해 온갖 슛을 막아냈다.

한국과 같은 H조 벨기에의 티보 쿠르투아(22)도 골든글러브 후보로 지목된다. 나이는 어리지만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맛봤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도 밟아봤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날 알제리전에서 안정된 수비력을 뽐냈다.

지난 17일 포르투갈전을 무실점으로 막은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28)도 주목 받고 있다. 탁월한 위치선정, 동물적인 반사신경, 큰 키(1m93)에 의한 제공권 장악, 정확하고 강력한 킥 등 골키퍼로서 필요한 능력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