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정당한 훈육일까 학대일까] 11세 아들 영하 날씨 속 세워둔 엄마

입력 2014-06-20 02:20

열한 살 아들을 영하의 날씨에 1시간가량 집 밖에 세워놨다면 정당한 훈육일까, 아동 학대일까. 검찰은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앞으로 원만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봐서 당장은 부모를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전문기관 상담 등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A씨(42·여)는 지난 3월 7일 오후 7시30분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꾸중하다 화가 나 집 밖으로 내보냈다. 귀가가 자주 늦고 엄마 말을 듣지 않아 벌을 주려 한 것이다. “너 같은 놈은 구제불능”이라는 폭언도 했다. 아들이 1시간가량 문밖에 서서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이웃집 할머니가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이 왔는데도 화가 덜 풀린 A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티면서 일이 커졌다. 경찰은 아들을 민간 보호기관에 인계한 뒤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봉규)는 A씨의 행위가 아동복지법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돼 있다. 경찰에 신고한 이웃집 할머니는 검찰에서 “A씨가 지난해 12월 아들을 발가벗겨 쫓아내기도 했다”는 진술도 했다. 더구나 울산과 경북 칠곡의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보호자의 아동학대를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터였다.

검찰은 A씨 처벌을 놓고 고민했다. A씨는 “아이 훈육 방법이 잘못됐다”며 반성했다. 현재 아들과 함께 민간 심리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남편 역시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냈다.

검찰은 지난 12일 검찰시민위원회에 이 사건을 회부해 의견을 물었다. 시민위원들은 A씨가 초범인 데다 반성하고 있고 아들 역시 학교생활을 예전보다 잘하고 있다는 담임교사 진술 등을 종합해 처벌보다는 기회를 주는 게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검찰도 이를 받아들여 A씨를 기소유예했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나 이후 정황 등을 감안해 기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다만 A씨에게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 예술심리치료를 병행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검찰에 통보되고 다시 처벌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동학대에 해당하지만 상담과 심리치료를 통해 가족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게 더 발전적인 해결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