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인의 기억 속에서 찾아낸 진짜 ‘나’

입력 2014-06-20 03:50
작가 윤고은은 최근 출간한 소설집 ‘알로하’를 통해 독자들이 위로 받길 원한다고 했다. 소설집에는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창비 제공
작가 윤고은(34)에게 붙는 수식어가 있다. ‘차세대를 이끌어갈 작가.’ 2004년 단편 ‘피어싱’으로 제2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한 뒤 11년간 따라다닌다. 등단 당시 20대 대학생이었던 그가 어느 새 30대 작가가 됐다.

“예전에는 어두운 얘기를 많이 써도 늘 발랄하게 표현했는데 나이가 드니 달라지더라고요. 어두운 인물들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습니다. 짠했거든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오랜 시간 시선이 머물렀어요. 그러다 보니 인물에 대한 표현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됐지요.”

윤고은은 1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출간된 소설집 ‘알로하’(사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설집은 표제작 ‘알로하’를 비롯해 2010년 이후 계간지 등을 통해 발표한 중·단편 소설 9편을 묶었다. 10여년 사이 웅숭깊어진 윤고은의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수록작 중 ‘알로하’와 ‘콜롬버스의 뼈’ ‘해마, 날다’는 고독한 개인에 관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낸다. 세 이야기는 모두 ‘기억’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개인의 존재와 정체성은 실상 타인의 기억 속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사분의 일’ ‘월리를 찾아라’ ‘Q’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조차 우리 사회에서 ‘전시’되는 현실을 아프게 꼬집는다. 이를 테면 사적인 공간인 가정조차 시간 단위로 전시되고(‘사분의 일’), 하객을 고용한 결혼식을 전시하고(‘월리를 찾아라’), 부동산값을 올리기 위해 소설의 배경이 되기로 작정한 도시는 모든 공간을 소설에 맞게 부수고 세워 전시하는(‘Q’) 식이다.

이 모든 걸 관통하는 건 뭘까. 그는 “9편의 소설에선 주인공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완벽한 절망도, 완벽한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선지 정확히 방향을 두고 소설을 씀에도 불구하고 늘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석양을 보며 누군가는 ‘아름답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슬프다’고 느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윤고은은 “여러 소설 중 ‘알로하’를 소설집 제목으로 쓴 것이 좋았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며 스스로를 지켜내는 이들에게 알로하라는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고 했다.

‘알로하’를 마주할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사람들은 가끔 내 문장이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문장을 ‘어렵다, 쉽다로 가르긴 어려울 것 같아요. 사람마다 목소리 톤이 다르듯 문장의 리듬도 다르니까요. 그냥 하나의 목소리로 읽어주었으면 해요.”

‘알로하’를 읽는 방법도 친절히 소개했다. 그는 “장편을 내면 독자들이 한번에 쫙 읽는 모습을 상상하는데 이번 소설집은 다르다”면서 “한번에 읽을 필요 없이 천천히, 조금씩, 마음이 내키는 대로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