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 이유 등으로 물러난 후안 카를로스(76) 국왕에 이어 아들 펠리페 알폰소(46) 왕세자가 19일(현지시간) 새 스페인 국왕으로 등극했다.
군복 차림에 군 최고 지휘관을 의미하는 붉은 띠를 두른 펠리페 6세는 레티시아 오르티스 로카솔라노(41) 왕비와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즉위식에서 "스페인의 화합을 이뤄낸 카를로스 전 국왕에게 존경을 표한다"며 "헌법을 지키고 나의 책무를 이행해 하나 된 스페인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금 600만 유로(83억원) 유용 스캔들로 수사를 받고 있는 누나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는 즉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39년 간 통치한 카를로스 전 국왕도 아들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이어 필리페 6세는 군대를 사열한 뒤 왕비와 함께 마드리드 시내를 가로질러 왕궁에 도착했다. 새 국왕 부부는 왕궁 발코니에서 즉위를 환영하는 많은 시민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시내 곳곳에는 하얀 꽃 장식이 내걸렸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외국 왕족이나 귀빈 등은 초청하지 않은 채 검소하게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즉위식 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스페인 축구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칠레에 0대 2로 패하며 예선 탈락이 확정돼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통신은 펠리페 6세 앞에 과제가 산적하다고 진단했다. 왕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11월 9일로 예정된 카탈루냐 분리독립 선거와 26%에 달하는 실업률도 40대의 새 국왕이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다. 펠리페 6세는 유년기부터 체계적으로 혹독한 왕세자 교육을 받아 프랑스어와 영어, 심지어 카탈루냐 방언까지 능숙하다. 일단 스페인 언론은 새 국왕이 여러 문제를 잘 풀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방송기자 출신으로 미모가 출중한 레티시아 왕비의 높은 국민적 인기도 남편에게 큰 힘이다. 2004년 결혼해 슬하에 두 딸을 둔 그녀는 평범한 중산층 출신이어서 부패 문제로 도마에 오른 다른 왕족과 차별화되고 있다. 벌써부터 유럽 언론은 레티시아 왕비가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비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스페인 축구 몰락한 날… 펠리페 6세 새 국왕 즉위
입력 2014-06-20 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