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일 '고노(河野) 담화' 검증 결과를 의회에 보고할 예정인 가운데 우리 정부는 담화의 본질이 훼손될 경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정면으로 겨냥해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 담화는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대한 일본군 및 관헌의 개입과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일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담화가 작성됐다'는 검증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아베 총리의 지난 3월 14일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면서 담화의 정신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석영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19일(현지시간) 개최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본이 진정한 사과 대신 역사적 사실은 물론 책임까지 부인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고노 담화를 재검증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만일 아베 총리의 발언 내용을 뒤집는 검증 결과가 나올 경우 명백한 자기모순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거짓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담화의 본질이 훼손되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보다 더한 도발"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예고했다.
외교가에서는 한·일 관계를 급랭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검증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담화 작성 과정에서 우리 측과의 접촉 사실은 거론하되 '고노 담화는 계승한다'는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고서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명기하되 담화 자체는 일본의 주체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됐다는 점이 담길 것"이라며 "담화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데 더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한국과 일본 정부가 독도에서의 해상훈련 때문에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은 우리 군이 20일 동해에서 실시하는 해상훈련 구역에 자신들의 영해가 일부 포함됐다고 훈련 중단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면서 예정대로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日 고노담화 검증 20일 공개… 한국 “본질 훼손땐 강력 대응”
입력 2014-06-20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