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프트 파워’ 공자학원이 미국에서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공자학원이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것인지, 중국 공산당의 선전기구에 불과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대학교수평의회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내 100여개 대학에 대해 공자학원을 폐쇄하거나 공자학원 운영과 관련해 재협상을 하도록 촉구했다고 BBC 방송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8일 보도했다.
성명은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기구의 하나일 뿐”이라며 “학문의 자유를 경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자학원은 중대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대학교수평의회는 1915년 학문자유 수호를 위해 설립됐으며 교수 4만7000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앞서 시카고대 교수 100여명은 지난 5월 “오는 9월 공자학원과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폐쇄해야 한다”고 밝힌 청원 서명을 학교 측에 제출했다고 BBC가 전했다. 이들은 공자학원 교사들은 천안문 사태나 대만과 티베트 문제 등은 입에 올리지조차 못할 정도로 언론 및 신앙의 자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판(漢辦)’은 공산당에 속해 있는 기구로 공자학원 교사들의 임용과 교육을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판은 중국 교육부 산하 국가한어판공실을 가리킨다. 공자학원은 한판이 관리하고 베이징어언대학이 교육 과정을 총괄한다. 공자학원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공자학원 이사장이 류옌둥(劉延東) 중국 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라는 점을 든다.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 선전기구임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자학원은 웹 사이트를 통해 “공자학원은 중국과 다른 나라가 서로 협력해 설립한 비영리 교육기구”라고 밝히고 있다. 2004년 11월 서울 양재동에 처음으로 문을 연 뒤 2013년 말 기준으로 120개 국가에 공자학원 440곳, 공자교실 646곳이 설립돼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중국 공자학원, 美서 퇴출 위기
입력 2014-06-20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