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몽준 전 국회의원이 19일 선거 후 처음으로 만나 소회를 풀었다. 두 사람은 정치 ‘선후배’로 돌아가기로 했지만, 차기 대선 등에서 다시 승부를 겨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 전 의원은 오전 10시30분쯤 서울시청을 찾아 박 시장과 20여분간 환담했다. 박 시장은 시장실 입구에서 기다리다 정 전 의원이 들어서자 “고생하셨다”며 반갑게 맞았다. 시장 집무실로 들어간 두 사람은 브라질월드컵 등을 주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박 시장은 정 전 의원이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차 브라질로 출국한다는 소식과 관련해 “당연히 가셔야 한다. 많이 격려해 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울시정 발전을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정 전 의원이 “서울이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도시인데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잘해 달라는 부탁을 하러 왔다”고 하자 박 시장은 “여러 제안과 공약을 하셨으니 고문으로 모시고 핫라인을 만들어 경청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이 “경제 분야는 아무래도 잘 아시니까 많은 조언을 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하자 정 전 의원은 “고문이 아닌 자원봉사로 하겠다”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은 고문이란 호칭에 대해서도 “제가 연배가 위니 ‘정치선배’가 어떠냐. 나는 ‘박 시장님’이라고 하겠다”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선거기간 서로 그런 (네거티브 캠페인 등) 일이 있었지만 오늘부터 다시 선후배로 돌아가자”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사람 회동은 전날 박 시장이 서울시청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정 전 의원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정 전 의원은 그 사실을 전해 듣고 즉각 방문의사를 전달해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박 시장의 전화에 대해 “이름이 안 뜨는 전화는 다 못 받는다. 앞으로는 문자를 보내주면 바로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차기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 시장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18.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낙선한 정 전 의원도 의원직은 잃었지만 같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11.1%의 지지를 얻어 여전한 정치적 위상을 보여줬다.
박 시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차기 대선 도전 의사와 관련해 “(2기) 임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얘기는 적절치 않다”며 “4년 동안 이(시장) 일을 제대로 하는 것, 그게 제 본분이고 사명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임성수 라동철 기자 joylss@kmib.co.kr
박원순 “고문으로 모시고 핫라인 만들겠다” 정몽준 “고문이 아니라 자원봉사로 하겠다”
입력 2014-06-20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