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말라위 상가(Sanga) 지역에서 활동하는 월드비전 단원들은 2008년 한국에서 답지한 후원금 중 일부로 토끼 암수 한 쌍을 샀다. 가격은 한화로 약 3000원이었다. 월드비전은 상가의 산골마을 코우자의 한 가정에 토끼들을 분양했다. 작은 기적의 시작이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코우자를 방문했을 때 이 마을 전체 가구(204가구) 중 절반인 102가구가 토끼 10∼20마리씩을 키우고 있었다. 두 마리로 시작한 토끼 사육의 규모가 6년 만에 비약적으로 커진 셈이다. 토끼는 현재 주민들의 소득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아이들에겐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 되고 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에서 아동의 영양실조 비율은 43%에 달한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번식력이 뛰어난 토끼는 3개월마다 새끼를 8∼10마리씩 낳는다. 새끼가 태어나면 암수 한 쌍은 이웃에 분양토록 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코우자는 ‘토끼 마을’이 됐다.
데비 가망가(37)씨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토끼를 예뻐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내 게티 롱궈이(35)씨는 “토끼가 우리 마을에 많은 걸 가져다줬다”고 자랑했다. 가망가씨는 직접 만든 토끼집을 보여줬다. 개나 염소 같은 가축의 접근을 막기 위해 지상에서 약 1.5m 높이에 만들어진 집이었다. 토끼가 풀을 먹으며 놀 수 있는 ‘테라스’까지 있었다.
월드비전 상가 사업장에서 교육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루시 바지(42·여) 팀장은 “한국에서 오는 후원금을 뜻깊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토끼 분양이라는 아이템을 떠올렸는데 대성공이었다”면서 “한국 후원자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상가(말라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3000원 토끼 한 쌍의 기적
입력 2014-06-20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