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2초에 1대씩… 국내외 판매 제품 전량 생산 ‘자부심’

입력 2014-06-20 02:49
LG전자 경남 창원2공장에서 18일 직원들이 제습기 신제품인 ‘휘센 칼라하리’를 조립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18일 에어컨과 제습기를 생산하는 LG전자 창원2공장은 어느 때보다 분주한 모습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에어컨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제습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물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지 면적 37만7000㎡에 달하는 경남 창원 공장에는 에어컨과 제습기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이 10개 설치돼 있다. 냉각과 제습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를 함께 사용하는 등 공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생산라인은 상황에 따라 에어컨과 제습기를 번갈아 만드는 혼류 생산방식이 도입됐다. 스탠드형 에어컨은 15초에 1대, 제습기는 12초에 1대가 만들어진다.

현재는 10개 라인 중 6개에서 제습기를 생산 중이다. 제습기 수요가 늘면서 100% 가동 시기를 지난해 7월에서 올해는 4월로 당겼다. 그중 3개는 올해 선보인 전략 프리미엄 제습기 ‘휘센 칼라하리’ 생산라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날 공장에서는 칼라하리 제습기와 에어컨 신제품인 ‘손흥민 에어컨’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는 이달 들어 제습기 판매 중 70% 비중을 차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모델은 제습 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 인버터 기술을 적용해 제습 속도를 20% 개선하고 소음도 국내 최저 수준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을 모델로 쓰며 이름 붙인 손흥민 에어컨은 5월 이후 판매된 에어컨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생산라인에는 여러 대의 가습기가 습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정전기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불량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 중인 직원들은 허리에 정전기 방지를 위한 접지선을 착용하고 있었다.

제품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50여 가지 공정을 지나면서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전압, 동작, 소음 등 품질검사 과정을 거친다. 생산되는 제품 100%를 전수검사해 초기 불량을 철저히 가려낸다. 이종주 제조팀장은 “불량률을 100만대 중 1대 이하로 낮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제습기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부품도 창원공장 인근에 있는 협력사 50여곳에서 제공받는다. 제습기와 에어컨 판매가 늘면서 협력업체가 지난해보다 50% 증가했다.

LG전자 RAC(가정용에어컨)사업담당 오정원 상무는 “우리나라의 부품 품질과 인력 숙련도 수준은 해외보다 훨씬 뛰어나다”면서 “제품을 사용해보면 디자인, 사용성에서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우수성을 강조했다. 칼라하리 제습기의 경우 디자인 완성도와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나사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히든 스크류’ 방식의 설계가 처음 적용됐다. 숙련된 인력과 부품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런 디자인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LG전자 RAC연구담당 진심원 상무는 “중동이나 중남미는 경쟁상대가 다 중국산이기 때문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무조건 10% 더 받는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해외 제습기 시장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은 각 가정마다 지하실에 제습기를 하나씩 둘 정도로 큰 시장이다. 중국도 제습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진 상무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우리 제품이 가장 좋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면서 “LG전자의 새로운 사업 영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