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무적함대(Adios Armada).’
‘무적함대’ 스페인이 브라질에서 결국 침몰했다. 스페인은 브라질월드컵 B조 조별리그 두 경기 만에 16강 진출 실패를 확정했다. 월드컵에서 디펜딩챔피언이 두 경기 만에 탈락을 확정한 것은 처음이다.
스페인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후반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0대 2로 패했다. 스페인이 칠레에 패하면서 같은 조의 호주와 함께 16강 탈락을 확정했다. 반면 2승씩을 거둔 네덜란드와 칠레는 나머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6강에 진출했다.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 완패했던 스페인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티키타카’ 전술의 핵심인 사비 에르난데스와 중앙 수비 헤라르드 피케를 선발에서 제외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도 절박함에 따른 변화였다. 대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우승을 이끈 디에고 코스타를 선발로 기용했다. 반면 네덜란드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보태며 5실점한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는 그대로 내세웠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본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점유율(56%), 패스 성공률(82%)에서 칠레를 앞섰지만 특유의 압박과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번번이 칠레 역습에 뚫리며 고전했다. 카시야스가 전반 43분 알렉시스 산체스의 프리킥을 멀리 쳐내지 못해 찰스 아랑기스에게 추가 실점한 것도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따라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스페인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 유럽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티키타카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스페인은 2010 남아공월드컵, 2012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에 0대 3으로 완패하면서 몰락의 조짐을 보였다. 황금세대의 노쇠와 변함없는 전술이 전력 약화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스페인 스포츠 전문지 문도 데포르티보는 “스페인이 소리 소문 없이 월드컵과 작별을 고했다”며 “대표팀 미래에도 의문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델 보스케 감독은 “패배한 것에 변명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탈락할 만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탈락으로 세 번째 월드컵 2연패 국가의 탄생은 다음 대회로 미뤄지게 됐다. 스페인은 또 디펜딩챔피언 중 다섯 번째로 첫 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한 국가가 됐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무릎 꿇은 ‘무적함대’… 스페인 16강 진출 실패
입력 2014-06-20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