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오페라 극장의 수천명의 관중 대신 한국교회의 성도 한 명을 택한 성악가. 베이스바리톤 마르셀 정(한국명 정경호·40)은 20일 “독일 오페라 극장에서 한창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주일 교회에서 찬송가를 불렀는데 한 자매님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봤다. 하나님이 내게 이 목소리를 준 것은 이 순간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8년 전 독일에 남을 것인가, 한국으로 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 슈피겔은 ‘미래의 음악 축제를 위해 준비된 바로 그 한 남자! 마르셀 정의 목소리는 빛나는 환희를 표현했고 쓰라린 고통을 쓰다듬어 준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성경을 일독하면서 기도했다. 여호수아(1:9) 말씀이 새로운 사명 앞에 서라는 하나님 명령으로 들렸다.
그는 당시 말씀을 묵상하며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이 노랫말과 멜로디로 만든 노래가 ‘하나님의 약속’이다. 그는 2012년 이 노래를 타이틀로 복음성가 앨범 ‘하나님의 약속’을 냈고, 최근 크로스오버 앨범 ‘클래식 미츠 시네마(Classic meets Cinema)’를 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인생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따른 선택의 연속이었다.
고교 3학년 여름이 돼서야 입시를 준비했다. 중앙대 음대에 입학했다. 군 복무시절 우연히 찬양사역단 소리엘과 함께 공연했다. 이를 계기로 복학 후 CCM 그룹 옹기장이에서 활동했다. 이후 1년 반가량 독일 작은 도시의 음대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마음에 오기가 생겼다. ‘독일에 간 김에 큰 도시 뮌헨으로 배낭여행이라도 가 보자.’ 큰 기대 없이 뮌헨음대에 지원, 합격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베이스바리톤은 베이스의 깊은 음색으로 바리톤의 높은 음역을 소화해낸다. “잘 모르는 분이 많다. 한 권사님이 ‘하나 하기도 힘든데 2개(베이스와 바리톤)를 함께 하느라 애쓴다. 근데 넌 언제 테너가 되니’라고 물으셔서 한참 설명한 기억이 난다(웃음). 저음의 깊은 울림이 하나님 음성을 연상시킨다. 내 노래를 듣고 우는 분이 많은 이유 같다.”
최근 그가 크로스오버 음반을 낸 이유는 호주 사역을 위해서다.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에서 제 노래를 들은 분이 제 음반 ‘하나님의 약속’을 호주에 있는 아들에게 보냈다. 그 인연으로 매년 2∼3차례 호주 케언스의 교회 등 여러 무대에 서고 있다. 한국어 찬양을 부르는 게 영어권 관객들에게 미안했다.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영어권 논크리스천에게 더 다가가고 싶다.”
그는 2008년 귀국 후 서울 강북제일교회에 이어 경기도 안산동산교회 지휘자로 성가대에 섰다. 아내 조정란(36)씨도 성가대원이다. “지난 4월 침몰한 세월호에 교회 학생 8명이 탔는데 1명만 돌아왔다. 한동안 담임목사님은 설교단에 서지 않고, 부목사님들이 설교했다. 아직도 설교를 하다가 듣다가, 찬양을 지휘하다, 부르다가 모두 많이 운다. 하나님 말씀과 찬양이 우리를 위로해주길 간절히 기도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베이스바리톤 마르셀 정 “저음의 깊은 울림…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죠”
입력 2014-06-21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