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알제리 스리톱 묶고 후반 빈틈 노려라

입력 2014-06-20 03:18

한국 축구대표팀과 23일(한국시간) 브라질월드컵 H조 2차전에서 만나는 알제리는 ‘닥치고 공격’에 나설 것이 자명하다. 이미 지난 18일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1대 2로 패한 만큼 2차전에서도 질 경우 곧바로 짐을 싸야 하기 때문이다.

바히르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은 벨기에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득점 찬스에서 멈칫하는 모습이 있었다. 공격을 두려워한다”고 팀을 질책했다. 그만큼 낭떠러지로 내몰린 만큼 한국전에선 독기를 품고 총공격에 나선다는 의미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특유의 유연성으로 개인기가 좋고 다양한 포메이션을 구사해 상대의 수비에 혼동을 주는 팀이다. 따라서 알제리는 한국전에선 전통적인 4-2-3-1 포메이션 대신 스리톱으로 공격력을 배가하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알제리는 엘 아라비 수다니와 이슬람 슬리마니라는 투톱이 있다. 한국전에선 공격형 미드필더인 소피안 페굴리도 최전방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변화무쌍한 포메이션도 알제리의 강점이다. 알제리는 벨기에전에서도 시작 후 30분 동안은 4-2-3-1 포메이션을 쓰다가 이후 4-5-1 포메이션으로 바꿔 중간 단계에서부터 벨기에의 공격을 차단했다. 1-2로 뒤진 후반 막판에는 토털사커가 가능한 3-4-2-1 포메이션으로 총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알제리는 다만 모래알 조직력에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표팀은 ‘선수비 후역습’으로 승리를 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 초반 물밀듯이 들어오는 알제리의 총공격을 강력한 압박수비로 막고 상대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알제리는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도 전반을 1-0으로 앞서다 후반 25분과 35분 잇달아 득점을 허용해 역전패했다.

알제리는 또 공격 패턴이 단조롭기 때문에 러시아보다 상대적으로 수비하기가 수월하다. 벨기에전에서도 알제리는 좌측면 공격이 전체의 71%에 달했다. 중앙을 뚫는 공격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알제리가 내부 분란에 휩싸인 것도 우리에게는 호재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나고, 터키 프로축구팀인 트라브존스포르로 자리를 옮긴다. 이미 알제리는 차기 사령탑까지 선정해 놓은 상태다. 대표팀을 떠나기로 한 감독의 지시가 어느 정도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드필더 하산 옙다마저 발목을 다쳐 다음 경기 출전이 어렵게 됐다. 알제리 언론들은 할릴호지치 감독에 대해 “선수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