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돌봄’ 체계적으로 끝까지…

입력 2014-06-21 02:55
비영리 민간단체 물댄동산(이사장 조봉희 목사) 주니어오케스트라단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강온유양이 출석하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명성교회에서 지난 10일 ‘희망 on 위로 콘서트’를 열고 있다. 물댄동산 제공
지난 17일 안산 명성교회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돕는 힐링센터 개소를 위한 업무 협약식을 마친 뒤 관계자들이 협약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홍선 목사, 권수영 소장, 황인득 관장, 최성우 안산시 복지협의체 민간공동위원장.
“2014 브라질월드컵이 한창이지만 이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엔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4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 앞 명성교회 엘림하우스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권수영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 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호 참사는 아득히 멀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한국교회는 유가족들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일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와 안산시 군자종합사회복지관(관장 황인득), 기독교대한감리회 명성교회(김홍선 목사)는 오는 9월 15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지역공동체 치유를 위한 힐링센터 개소를 앞두고 업무 협약식(MOU)을 가졌다.

“상담문화도 이젠 달라져야 합니다. 전통적인 상담은 상담실에서 찾아오는 내담자들을 맞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중심이 되는 상담은 현장으로 찾아가는 상담, 잊혀져가고 외진 곳에서 혼자 아파하는 사람을 벼랑 끝까지 찾아가는 목회적 상담이어야 합니다.”

권 교수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한국기독교의 역할도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했다. 탁상에서 방문하는 이들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아픈 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는 지난 15년 동안 상담현장에서 치유와 회복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한 피해자들, 유가족들과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을 잃은 단원구 고잔동 일대 지역공동체의 아픔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작정이다.

이번 힐링센터가 위치할 장소를 선뜻 내놓은 명성교회는 단원고 정문 앞에 있는 교회다. 교회 부설기관인 엘림하우스는 사고 전 단원고 학생과 학부모들, 지역주민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던 곳이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먼저 구조되었음에도 배에 갇힌 친구들을 구하겠다고 다시 배로 돌아갔다가 숨진 양온유(17)양이 출석하던 교회이기도 하다.

힐링센터는 명성교회에서 엘림하우스 2층과 4층에 장소를 제공하고, 단원고와 주변 고잔동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안산 군자종합사회복지관에서 기존의 지역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에서는 전문상담 인력들을 지속적으로 파견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번 사건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지역주민들을 치유하고 살리는 데 역점을 기울일 방침이다.

협약식에서 김홍선 목사는 “이번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들,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최소 3년에서 10년 이상까지 교회가 품어야 할 선교적 과제이자 소명으로 알고 나아가려 한다”면서 “앞으로 직간접 피해당사자들이 이 힐링센터를 통해 많은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밝혔다.

또한 황인득 관장은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관할지역의 복지관장으로서 그동안 여러 가지 고민이 참 많았다”며 “이번 3자 협력이 유가족들을 돌보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안산지역 사회복지협의체 민간공동위원장인 최성우 단원구 노인복지관 관장은 “유가족들을 돕기 위해 안산지역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이제 많이 떠났다”면서 “우리 지역주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이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지역주민들을 치유하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힐링센터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150일이 되는 9월 15일 개소된다. MBC 러브하우스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가족에게 러브하우스를 지어주던 김원철 건축가가 함께 참여해 안산지역의 새로운 힐링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사랑의 뜻을 모으고 있다. 김원철 건축가는 “앞으로 힐링센터가 개소하기까지 각계각층의 관심과 재능기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