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은 고민중… 순방 강행군 속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 일단 보류

입력 2014-06-20 02:01

중앙아시아에서 연일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당초 출국 전 임명동의안 서명 방침에서 순방 중 재가, 귀국 후 결정으로 계속 미뤄진 것은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은 일단 시간이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가 쏠려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축을 위한 정상회담 등 관련 일정이 빼곡한 만큼 국내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19일에도 아스타나에서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정상회담, 비즈니스 포럼 참석 등 10개가 넘는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시간이 날 때마다 수행 중인 참모들로부터 국내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다.

박 대통령의 고민은 복잡하면서도 명료하다. 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중도 하차한다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은 또다시 당분간 어렵게 된다. 그렇다고 임명동의를 강행할 경우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박 대통령으로선 외국에서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재가할 경우 이후에 국내에서 벌어질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건은 그만큼 정치적 파장이 크다. 박 대통령이 공식 일정이 비었던 18일 오전 참모들을 모아놓고 ‘귀국 후 결정’ 언급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대개조’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2기 내각이 출범도 하기 전 자격 논란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는다면 박 대통령이 강조한 인적 쇄신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평소 원칙과 국내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21일 밤 귀국한다. 임명동의안 재가가 이뤄진다면 주말 이후 23일이 유력하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선 이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기류다. 문 후보자가 직접 입장을 발표한 지난 15일과는 지극히 상반된 분위기다. 결국 이제 공은 사실상 문 후보자에게 넘어간 형국이 된 것이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