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아듀! 팀 케이힐

입력 2014-06-20 03:20

‘호주의 박지성’ 팀 케이힐(34)이 월드컵과 작별했다.

호주는 19일(한국시간) 브라질월드컵 B조 조별리그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2대 3으로 아깝게 패했다. 칠레와의 1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으로 패배한 호주의 16강 진출은 물거품이 됐다. 호주는 역시 16강 탈락이 확정된 스페인과 3차전을 남겨놓고 있지만 케이힐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하위(62위)인 호주는 대회 시작 전 ‘승점 자판기’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하지만 칠레와 네덜란드 모두 호주에 고전했다. 호주 대표팀의 중심에 바로 케이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주의 간판스타인 그는 네덜란드전에서 0-1로 뒤진 전반 20분 센터라인 근처에서 라이언 맥고완이 길게 올려준 크로스 패스를 받아 논스톱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는 지난 칠레와의 1차전에서도 만회골을 터뜨리며 팀을 영패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아일랜드계 영국인 아버지와 사모아 출신 어머니에서 태어난 그는 2012년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왔다. 청소년 시절 사모아 대표팀에서 뛰기도 했으나 2004 아테네올림픽부터 ‘사커루’의 노란색 유니폼을 입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혼자 2골을 뽑아내며 호주에 사상 첫 월드컵 승리를 안겼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세르비아전에서 1골을 기록하며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이번 대회까지 통산 5골을 기록해 아시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게 됐다.

그는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원톱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호주 대표팀에 마땅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번 대표팀을 위해 헌신해 왔던 그에게 브라질월드컵은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그는 “나는 정말 호주 대표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조별예선 두 경기에 모두 패하긴 했지만 이제 누구도 ‘호주는 월드컵 본선에서 꼭 만나고 싶은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페인과의 마지막 경기도 ‘챔피언과의 대결’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달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케이힐은 호주 축구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기고, 후회 없이 월드컵 무대를 떠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