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쌀 시장이 내년부터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끝나는 쌀 관세화(시장 개방) 유예 조치를 추가 연장하지 않기로 하고 이달 말쯤 이를 공식 발표한 뒤 향후 국회 동의 등의 수순을 밟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농민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적잖은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20일 경기도 의왕의 한국농어촌공사에서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를 통해 쌀 시장 개방의 당위성을 알리는 등 여론몰이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대신 2004년까지 의무수입물량(MMA)을 늘리기로 하고 연간 국내 쌀 소비량의 4%까지 수입해 왔다. 2004년에 10년 더 연장해 2014년 현재 의무수입물량은 국내 소비량의 9%(40만9000t)에 달한다.
그러나 관세화 유예 시한이 올 연말 종료됨에 따라 오는 9월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우리 정부 입장을 통보해야 된다. 정부는 주로 검토되는 3가지 방안 가운데 관세화를 선택했다.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의무수입물량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현 상태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는 방안과 관세화를 하되 그 시기를 늦추는 방안 등도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쌀 이외 다른 관련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일부 농민단체들이 주장하는 ‘현 상태 연장’은 국제법과 통상 관례상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관세화 시기를 늦출 경우 쌀 이외 품목 관세 인하, 동식물 위생, 검역기준 완화 등 다른 부문에서 상당히 양보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쌀 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다. 특히 고품질 특수미 생산 확대, 생산비용 절감, 쌀 가공업체 육성 등 경쟁력 제고를 통한 우리 쌀산업 안정화 차원에서도 개방은 거스를 수 없다. 개방 반대론자들 가운데도 내심 개방을 수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쉬운 것은 정부의 자세다. 관세화 유예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야 내몰리듯 결정하는 것은 상대에게 협상의 패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2009년 당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시절 ‘조기 관세화’까지 논의됐던 사안을 미루고 미루다 막판에 허둥대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특히 정부 당국자들이 관련 당사국들과 관세화 유예 추가 연장에 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일단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데 대해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또 쌀이 수입되기 위해서는 양곡관리법이 먼저 개정돼야 됨에도 국회 동의에 앞서 정부가 먼저 개방을 선언하는 것도 선후가 바뀐 것이다. 무엇보다 농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해 불안해하는 농심을 다독이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사설] 쌀 산업 안정책 차원에서도 관세화가 맞지만
입력 2014-06-20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