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엄마, 아무리 노력해도 공부가 안돼요… 아프리카로 보내주세요”

입력 2014-06-20 02:05

“사랑하는 엄마. 나도 성적표를 봤어요. 나도 속상하고 지귿지귿해요. 잘한다고 미덧던 수학에서 1점을 받으려고 두 시간을 쉬지 안코 숙제를 햇스니 생각해보면 실망할 만하죠.(중략) 나는 공부를 계속하기에는 머리가 조치 안코 열심히 하지도 않아요.”

1959년 2월 열네 살이 막 지난 프랑스의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엄마에게 편지를 보냈다. 성적이 안 좋으니 기숙사에서 빼내 아프리카 오지의 군인 자녀 학교로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철자 틀린 단어들이 눈에 띄었지만 자기 성적에 좌절한 소년의 심정만큼은 충분히 전달됐다.

편지를 보냈던 이 소년은 10년 뒤인 1969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고 세계적 작가가 됐다.

‘학교의 슬픔’은 바로 작가가 열등생으로 살아온 어릴 적 경험과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점들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2007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열등생의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에 대한 에세이, 미래를 포기하고 영원한 현재에 갇혀 있는 열등생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작가 다니엘 페낙은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낸다. 알파벳 ‘a’의 활용도를 이해하는 데 일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반에선 늘 꼴찌였다. 간혹 꼴찌 바로 앞일 때는 축배를 들 정도. 그는 부모에게 고민거리였고 선생님에겐 직업적 실패물이었다. 그 시절 작가가 할 수 있는 건 어른들을 향해 반항심을 키워가는 것 뿐 이었다.

페낙이 달라질 수 있었던 건 역시 ‘사랑’의 힘이었다. 바로 부모님과 선생님이었다. 페낙의 아버지는 ‘a’가 쓰이는 일반적인 법칙을 이해하는데 일년이 걸린 그를 두고 “26년 뒤 알파벳은 완벽하게 알게 될 것”이라며 기다려줬다.

그리고 선생님. 고2 때 만난 수학 선생님 발에 대해 페낙은 “우리 스스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때 너희는 뭔가를 알고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믿어줬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멋지게 말한다.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내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잊게 하는 데는 한 분의 선생님이면 충분하다.” 윤정임 옮김.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