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각국 대표팀 ‘신토불이 보양식’ 화제

입력 2014-06-20 03:14
우리 대표팀이 먹은 쇠고기구이. 대한축구협회 제공
우루과이 음식재료인 캐러멜 잼 ‘둘세 데 레체’.
잘 먹어야 잘 싸우는 법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각국 대표팀은 ‘신토불이 보양식’으로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18일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사력을 다해 뛰어 소중한 승점 1점을 따낸 태극전사들은 한식을 먹고 다시 힘을 냈다. 태극전사들은 러시아전을 치른 쿠이아바를 떠나 포스두이구아수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 김형채 조리장이 정성스럽게 끓여낸 김치찌개로 첫 식사를 했다.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는 선수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데 제격이다. 어머니의 손맛을 자랑하는 김 조리장은 “내가 만드는 메뉴 중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김치찌개”라고 말했다.

저녁 메뉴는 쇠고기구이였다. 김치찌개가 마음의 허기를 달랜다면 단백질이 풍부한 쇠고기구이는 선수들의 체력을 보충해 준다.

김 조리장은 김치, 양념, 건어물 등 약 700㎏의 식재료를 브라질로 가져왔다. 고기, 야채 등은 브라질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브라질월드컵 우승 후보인 이탈리아는 음식 조달과 관리도 챔피언급이다. 이탈리아는 브라질에 오면서 파르메산 소스, 올리브유, 프로슈토햄 등은 물론이고 생수까지 챙겨왔다고 19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주식인 파스타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엘리자베타 오르시 영양사는 “파스타는 이탈리아인에게 최고의 연료”라며 “나는 선수들을 위해 ‘삼색’을 요리하는데 하얀 파스타 면발, 붉은 토마토, 녹색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국기의 색깔에 빗대어 한 말이다.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미국 대표팀은 2010 남아공월드컵 때 현지 요리사를 고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전속 요리사를 대동했다. 미국은 개막에 훨씬 앞서 요리사와 영양사를 보내 대표팀이 묵을 호텔의 주방과 식당을 확인했으며 오트밀, 시리얼, 땅콩버터, 스테이크 소스 등을 챙겨왔다. 미국 대표팀은 평소 신선한 유기농 채소 위주의 식단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클린스만 감독의 관리 아래 채소의 색깔까지 확인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멕시코 대표팀은 칠리페퍼 등 매운 향신료를 잔뜩 가져왔다. 잉글랜드는 특이하게도 케첩을 많이 가져왔다. 케첩은 전임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금지했던 식재료다. 하지만 로이 호지슨 감독은 ‘케첩 금지령’을 풀었다. 선수들이 좋아하는 케첩을 실컷 먹고 경기장에서 힘을 내라는 무언의 당부다.

우루과이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기간에 자국 국민 음식재료인 ‘캐러멜 잼’을 먹으려다 위생서류 미제출로 브라질 당국에 저지당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름이 ‘둘세 데 레체(Dulce de leche)’인 이 캐러멜 잼은 우유에 설탕, 베이킹파우더, 바닐라를 넣고 서서히 졸여 만든 음식으로 우루과이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축구팬은 우루과이가 지난 15일 코스타리카에 1대 3으로 충격의 패배를 당한 것은 둘세 데 레체를 먹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