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대신해 백성을 다스리는 국왕은 공문서에 찍는 인장으로 권위를 나타낸다. 국새 또는 어보가 바로 국왕의 인장이다. 붉은색 국새가 찍혀야 외교문서와 관리 임명장이 비로소 효력을 발생한다. ‘연려실기술’에 의하면 조선왕조의 공식 문서에 찍는 왕의 인장은 모두 6개가 있는데 언제나 상서원 관원이 친히 가서 사용했으며 임금이 행차할 때에는 말에 싣고 따라갔다.
1876년 경복궁 대화재로 830여간 전각이 재가 되고 각종 옥새와 인장은 대부분 없어졌다. 그러나 이때 국새만 보존되어서 천행으로 여겼다. 대한제국을 선포한 후에는 황제지보(皇帝之寶) 등 격상된 국새를 사용했지만 국가의 위신은 국력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한제국이 없어진 후 국새와 어보는 덕수궁의 감춰진 소장품에 불과했다. 6·25 동란은 덕수궁까지 미쳐 와서 왕의 인장이 한 미군 장교의 기념품으로 변했다.
지난 4월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새와 어보 9점을 반환했다. 다행한 일이다. 최상의 옥으로 만든 대한제국의 국새와 팔각 어보는 아름다운 외양을 가졌지만 비장한 근현대사를 보여준다.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무늬 조각은 작지만 정교하다. 황제의 명을 받고 찍은 공문서들은 지금 효력이 사라졌다. 하지만 용 조각은 의연히 왕의 인장 위에 올라앉아 지금도 손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반환한 국새와 어보는 8월 3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한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국가 존엄의 상징, 국새와 어보
입력 2014-06-20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