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18) 나그네를 향한 한 아시아인의 사랑-수리남 니케리에서

입력 2014-06-21 02:27
수리남에서 만난 중국인 동웬후

가이아나를 목전에 둔 수리남 니케리. 자전거를 타고 가다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일면식도 없던 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일용할 양식인 빵을 구입하려고 가게를 찾는 중이었다.

“우리 가게로 가요.”

마리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막 근무가 끝났단다. 그는 환한 표정으로 콜라와 빵을 챙겨주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밖에서 허겁지겁 허기를 달래는 중 갑자기 안에 있던 주인이 날 불렀다. 가만 보니 중국인이다.

“자전거 여행 중이시군요. 뭐 더 필요한 거 없어요? 숙소는 어디인가요?”

“괜찮습니다. 아직 숙소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거 먹고 이제 찾으러 가야죠.”

나는 빵과 콜라를 살짝 들어올리며 웃어 보였다.

“그럼 잠깐 날 따라와요.”

니케리 시내에서 슈퍼를 경영하는 중국인 동웬후. 그는 나를 이끌고 어디론가 갔다. 어딘가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한 호텔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잠시 지배인과 얘기했다. 그는 나더러 호텔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텐트가 있어서 괜찮은데요?”

“아니에요. 여기서 푹 쉬고 내일 떠나세요. 무척 피곤해 보이는데 쉴 땐 제대로 쉬어야죠. 아까 보니 빵이랑 콜라로 식사를 대신하던데 속 좀 챙기고요.”

“아, 왜 이렇게 절 도와주시는 거죠?”

“우린 같은 아시아인이잖아요?”

정말이지 그 한 마디가 주는 감동이 꽤 컸다. 그는 나를 마음을 나눌 이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미처 알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들어온 듯 알싸한 충격을 받았다.

동웬후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대접해 주었다. 그리고는 어디 불편하거나 필요한 건 없는지 살피는 듯 내 모습을 계속 관찰했다. 그는 일을 조카에게 맡기고는 손수 객실까지 나를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는 뒤돌아서더니 갑자기 바지를 뒤적거렸다. 그는 인자한 웃음과 함께 두툼한 지폐를 내 손에 쥐어줬다. 140달러였다. 말릴 틈도 없었다. 동웬후는 “이것 밖에 없어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재빨리 뒤돌아 나갔다. 정신이 혼미했다. 대체 이 천사는 누구인가? 대관절 그는 누구이기에, 나는 또 누구이기에 이런 만남이 있는 것일까?

그날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마음이 떨려왔다. 나는 확신했다. 이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은 흘러야 한다는 것을. 나에게 일어난 일을 묵상하려는 차에 나는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동웬후는 내 안부를 살피러 호텔에 들렀다. 그리고는 가이아나로 가는 마지막 길까지 나의 따뜻한 인연이 되어 주었다.

여행은 사람을 사랑하게 해 준다. 그 길 위에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만남들이 있다. 만남과 헤어짐 속에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이 광야의 매력이다. 성경의 많은 인물들도 이런 만남을 통해 사역을 했으리라. 그 온기가 남아있는 난로와 같은 추억으로 삶을 살아가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가. 나 역시 광야 여정을 통해 늘 격하게 사랑할 준비를 다져 나가고 있다. 광야에서는 기도가 소망이 되고, 소망이 사랑이 되며, 그 사랑으로 다시 기도하게 된다. 철이 덜 든 청년이지만 지금만큼은 동웬후처럼 더 겸손하고 온유하게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갖자고 다짐하며 가이아나 국경을 넘었다.

문종성 (작가·vision-m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