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서환 (14·끝) 한 손으로 일군 ‘마케팅 1인자’… 주님 감사합니다

입력 2014-06-20 02:22
회사 내 세계지도 앞에서 남미 진출 계획을 설명하는 조서환 대표. 향후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KTF 수도권마케팅본부장 시절 한 골프장에서 이환성 세라젬 회장을 만났다. 대기발령 중이란 소문을 들은 이 회장이 내게 ‘골프나 한번 치자’고 연락한 게 계기였다. “세라젬은 국내 중견기업 중 해외에 많이 진출한 기업입니다. 두고 보세요. 언젠가 대한민국 최고 글로벌 인재들은 내가 다 데려올 겁니다.” 당시 그의 말을 들을 때 과장이 심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 회장의 호언장담도 나름 타당한 구석이 있었다. 그는 72개국에 진출해 온열기 분야에서 넘버원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의 사업 명분은 ‘인류의 건강증진’이었다. 제품을 고객이 직접 체험해 보고 좋으면 사도록 해 고객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

나는 자부심과 긍정의 정신, 태도로 무장한 이 회장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 긍정적인 사람은 결국 성공하게 돼 있다. 설령 그의 말에 과장이 섞였더라도 나는 ‘글로벌 인재 욕심’을 표현한 그의 말이 좋게 들렸다. 그래서 기꺼이 세라젬의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과 애경 재직 시절 선배였던 서충석 CHD메딕스 대표이사 등 예닐곱 사람을 기업자문위원으로 모시고 열심히 활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회장이 내게 엉뚱한 제안을 했다. “내가 중국에서 온열기로 큰 성공을 했는데 화장품으로 중국을 한번 더 뚫으면 어떨까요?” 온열기는 내구재여서 언젠가는 한계에 부닥칠 수 있었다. 속으로는 그도 걱정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차기 사업으로 화장품을 염두에 두고 첫 진출국으로 중국을 점찍었다. 내가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하자 말 나온 김에 화장품 사업을 직접 해보라고 제안했다. 온열기의 ‘온’자도 모르는 나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화장품이면 내가 잘 아는 분야이고 국내에서 성공 경험도 있으니 나나 회사나 이보다 더 좋은 파트너를 구하기도 어려울 터였다. 막연하게 그리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온 것이다. 오랜만에 의욕이 솟구치는 기분이 들어 두말 않고 세라젬 헬스앤뷰티 대표직을 받아들였다.

2009년 당시 중국 화장품 시장의 연간 성장률은 10%가 넘었다. 2012년이면 시장 규모가 2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됐다. 이런 시장이 전 세계에 어디 있겠는가. 무엇보다 화장을 한 중국 여성이 아직 많지 않다는 게 큰 기회로 여겨졌다. 아프리카에 신발 신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두고 어떤 사람은 신발 시장이 없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잠재시장이 크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후자였다. 안후이성과 장쑤성, 산둥성을 방문해 시장조사를 해보니 화장한 이들이 많지 않았다. 비교적 늦은 시기에 중국에 진출한 우리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독점한 베이징과 상하이를 목표로 진출하면 실패 확률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장조사를 했던 2급 도시들로 출발선을 조정했다. 만약 대도시에 진출했다면 세계 유명 브랜드 탓에 아마 지금 같은 사업을 일구지 못했을지 모른다. 이런 지혜와 명철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던 인생길이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던 인고의 세월이었으나 역경을 이기는 신앙 덕에 오늘날이 가능했다. 앞으로의 길은 더 멀고 멀 것이다. 그러나 걱정 하나 없이 가려 한다. 하나님이 계시니까.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베풀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간절히 기도할 것이다. 그리고 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좌충우돌 미천한 경험과 작은 믿음을 독자에게 간증하게 돼 그저 감사할 뿐이다. 긴 세월을 기다려 주고 참아준 주님께 두 손 모아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부르시고 믿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부르신 뜻대로 사용해주소서. 내가 죄인일 때부터 내 인생 가운데 당신이 계셨음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은혜입니다. 예수님 한 분으로 충분합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