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단순한 놀이가 어떻게 세계 사로잡았나

입력 2014-06-20 02:12

월드컵 시즌에 맞춰 나온 축구 관련 책의 결정판이다. 1248쪽에 걸쳐 둥근 공을 발로 차 그물에 꽂아 넣는 단순한 놀이가 어떻게 인류라는 공동체를 변화시켜 왔는지 기록했다. 돈과 권력, 인종과 계급, 폭력과 저항 그리고 수많은 영웅들과 역사적인 승패가 교차하는 장면을 읽다 보면 “어떤 근대사도 축구 이야기를 빼놓고는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을 수긍하게 된다.

발재간으로 둥근 공을 가지고 노는 놀이는 세계 각 지역에서 있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의 풋볼이 세계를 통일하게 된 까닭을 산업화와 근대 자본주의의 등장에서 찾을 수 있다. 귀족계급과 부르주아 계급을 하나로 결합시키기 위해 영국 사립 명문학교들이 축구를 권장하기 시작했고, 공교육이 보급되면서 노동계급까지 축구에 빠져들었다.

축구가 제국주의의 도구에 머물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인도를 중심으로 한 남아시아에서 축구는 민족주의와 독립투쟁을 만났다. 이렇듯 책은 축구를 통해 세계사를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한국 축구도 책 곳곳에 등장한다. 1980년대에는 군사정권이 축구를 장려했지만, 2002년 월드컵 때의 대규모 응원은 오히려 민주화 투쟁과 닮았다고 저자는 본다. 서강목 외 옮김.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