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과 러시아의 월드컵 경기가 출근 시간대에 열리면서 전국 곳곳 거리응원에는 ‘넥타이 부대’가 대거 등장했다. 일부 기업은 아예 회사 차원의 단체 응원 이벤트를 열고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5시부터 한 손에는 태극기를, 다른 손에는 서류가방을 든 직장인들이 눈에 띄었다. 정장 차림의 박모(29)씨는 “9시 출근인데 거리응원전에 참가하기 위해서 평소보다 3시간 일찍 나왔다”면서 “오전에 프레젠테이션이 있는데 그보다 월드컵이 더 중요하다. 나로서는 굉장한 결심을 한 것”이라며 웃었다.
한국전력공사 직원 김인동(31)씨도 평소보다 2시간 이른 오전 6시30분쯤 사무실에 도착해 업무를 점검한 뒤 경기 시작 시간에 맞춰 영동대로로 나섰다. 그는 “실내에서 TV로 경기 중계를 보는 것보다 밖에서 응원을 하면서 월드컵 열기를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반전이 끝나자 ‘넥타이 부대’ 일부는 출근을 위해 응원 무대를 떠나야 했다.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보며 자리를 벗어나던 정모(46)씨는 “후반까지 다 보지 못하고 출근하는 게 아쉽다”며 “대표팀이 이기기만 하면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출근길 응원 풍경이 펼쳐졌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DMB나 인터넷 중계로 조용히 축구를 보던 시민들은 후반 23분 우리 대표팀의 선제골이 터지자 곳곳에서 환호성을 터뜨렸다. 2호선을 타고 출근하던 최모(35)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될까봐 조용히 보고 있었는데 선제골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며 “잠깐이나마 같이 탄 승객들과 한마음이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크라운해태제과와 효성그룹, 홈플러스 등은 경기 시간에 맞춰 회사 강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임직원이 단체 응원을 펼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직원 200여명은 대형 스크린이 있는 FKI타워 콘퍼런스센터 대강당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직원 100여명도 여의도 본사 2층 대회의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응원했다.
NH농협은행은 본점에서 김주하 은행장과 노조가 함께 노사 공동응원전에 나섰고, IBK기업은행도 권선주 은행장과 임원진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이랜드 리테일은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신촌 아트레온 CGV 4개관을 아예 대관해 본사 직원 700여명이 함께 응원했다.
김유나 기자, 김혜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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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태극기 한 손엔 서류가방 쏟아져 나온 넥타이 부대
입력 2014-06-19 0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