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화려한 원색으로 가득한 그림책들이 오히려 어린이들의 색감을 망친다고 미술전문가들은 말한다. 분홍 검정 파랑 등의 강렬한 색에 취한 어린이에게 한지의 은은한 흰색과 돌멩이의 따스한 잿빛이 시시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 특정 색이 보여주는 다양한 질감을 활짝 펼쳐 소개하는 그림책이 나왔다. 초록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숲의 울창한 초록과 바닷 속의 깊고 푸른 초록이 다르다는 걸 보여 준다. 우리말로 하자면 푸릇푸릇한 색과 푸르스름한 색이 다르듯이, 새파란 라임 껍질과 시퍼런 정글의 색은 같은 초록이 아니다. 한 장씩 펼칠 때마다 그림 구석구석 초록의 변주를 찾아 한참 들여다보며 두고두고 읽어야할 책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이 책이 다 보여주지 못한 더 많은 초록을 찾아 싱그러운 벌판으로 달려 나가고 싶어진다. 세상이 가장 큰 그림책이다. 지난해 미국 대표 아동문학상인 칼데콧 영예상을 받았다. 김은영 옮김.
김지방 기자
[어린이 책-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 숲의 울창한 초록·바닷속 깊고 푸른 초록… 초록의 변주 감상하세요
입력 2014-06-20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