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중·북부를 장악한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이 2001년 9·11테러 같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CBS뉴스의 국가안보분석가인 후안 자라테는 17일(현지시간)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이념의 극단성과 외국 전사의 참여 등 여러 측면에서 1990년대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와 흡사하다”면서 “미래에 서구에 대한 테러 공격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라테는 “특히 불안한 것은 이 그룹이 어떻게 진화할지 미국이 알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ISIL이 내일 당장 미국을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테러리스트 운동이 매우 공격적으로 부흥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린제이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CBS방송에 출연해 “9·11테러의 씨앗이 이라크와 시리아 곳곳에 뿌려졌다”면서 “미 본토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 다음에는 시리아·이라크에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피터 치어렐리 퇴역 대장은 “이라크에서 ISIL의 급속한 부상과 성공에 대해 미국인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ISIL로 테러 대응의 초점을 바꾸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마이클 모렐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은 “ISIL이 미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려면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 미 본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은 파키스탄과 예멘의 알카에다 그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 정부를 도와줄수록 미국은 더 뚜렷한 테러 목표가 될 것인데, 이것이 미국의 이라크 사태 개입의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이라크 내 교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ISIL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50∼60㎞밖에 떨어지지 않은 북쪽 및 서쪽 지역에서 정부군을 맹공격하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또 바그다드 시민들은 수도 함락에 대비해 물과 음식 등 식료품 사재기에 경쟁적으로 나섰다고 덧붙였다. ISIL은 또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 밀집지역인 바이지 지대의 75%를 장악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이라크 무장세력 ISIL 美 본토서 테러 가능성”
입력 2014-06-19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