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8일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보면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기관은 지난해에 이어 한 곳도 없다. A등급(우수)도 2곳뿐이다. 국민안전 관리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 등에 대한 평가가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낙제점 받은 기관들=교수, 회계사 등 156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은 선박안전기술공단과 울산항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해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 등을 들어 E등급을 부여했다.
지난해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은 E등급으로 수직 낙하했다. 세월호 부실 검사 등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주요 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세월호에 대한 선박검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지만 불법 증축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못한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 울산항만공사도 재무관리 시스템 체계화 필요, 경영성과급 차등 지급 실적 저조 외에 액체 위험물을 다량으로 취급하지만 항만운영상 안전관리에 대한 노력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E등급을 받았다. 인천항만공사는 항만 운용사업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이 미흡하고 안전 관리 역량을 높이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년보다 2계단 낮은 C등급을 받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에 실패하면서 최장기 파업이 발생해 C등급에서 최하위 E등급으로 떨어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부품 납품 비리에 이은 원전 정지 사태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D등급에서 E등급으로 떨어졌다. 남부 남동 동서 서부 중부 등 5개 발전자회사는 순이익이 감소해 등급이 지난해보다 내려갔다.
한국거래소는 보수 및 성과관리, 노사관리 부문의 실적이 미흡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전산장애에 대한 사전 대비가 미흡해 지난해 D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E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2개 기관은 내년 경상경비 예산 편성 때 1% 이내에서 증액을 허용하고 D등급 이하 30개 기관은 1% 이내에서 예산을 감액키로 했다.
낙제점을 받았지만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 해임 건의를 모면한 기관장들은 내년엔 더 엄격한 평가를 받게 된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해임 건의에서 빠진 공공기관들이 올해 중간평가와 내년 경영평가에서 E등급이나 D등급을 받으면 바로 해임 건의나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정상화 노조가 방해?=이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공공기관 정상화가 노조의 방해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0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노조가 교섭권을 상급단체에 위임해 연대 투쟁을 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마련하기 위해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부총리의 ‘노조 질타 발언’을 두고 정부가 공공기관 노사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조건 노조 탓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장 해임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공공기관 정상화를 밀어붙였지만 속도가 나지 않자 노조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점관리 공공기관 38곳 중 27개 기관은 노조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경영 정상화 작업이 난관에 부닥쳤다. 코레일의 경우 방만 경영 해소를 위해 자동승진제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노조가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사 양측은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에 반영할지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일관되게 노·정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 방침의 결정권을 가진 기재부가 공공기관을 대표해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2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연 뒤 “정상화 대책은 공공기관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추진한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거부했다. 대법원 판례를 들며 성과급은 퇴직금 반영이 어렵다고 통보했을 뿐이다.
이에 반발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7일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동안 추진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노조가 상급기관에 교섭권을 위임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은 전국 304개 공공기관 노조로부터 임금협상 등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아 사측과의 개별 협상을 차단해 놓은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노조가 상급기관에 교섭권을 위임했다는 핑계로 협상에 소극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합법적인 절차로 권리 요구를 하는 노조를 개혁의 걸림돌로 여기는 정부의 상황 인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대위 관계자는 “상급단체에서 협상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데 정부가 ‘오버’하는 것 같다”며 “정부 정책 실패로 공공기관 부실을 키워놓고 이제 와서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정수 기자, 세종=이용상 기자 jsun@kmib.co.kr
세월호 부실 눈감은 선박안전기술공단 바닥 추락
입력 2014-06-19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