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1부 (2) 교단과 노회의 분열] ② 왜 분열되나

입력 2014-06-19 03:03
지난 4월 중순 서울 강북의 한 교회에서 열린 예장 합동 평양노회 정기회에서 노회를 분립하는 안건이 논의되고 있다. 국민일보DB

“그거야 감투싸움 때문이지 뭐….”

교단들이 분열하는 이유에 대해 현직 총회장 A목사는 한마디로 이렇게 답했다. 그는 40곳이 넘는 예장 개혁 계열 교단 가운데 한 곳에서 교단 창립 때부터 20여년간 몸담아온 인물이다. 지금도 교단 정치의 한복판에 서 있는 그가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교권욕과 교권주의=한국교회 교단 분열의 시발점은 1979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장 합동 교단의 일부 목회자들이 ‘정통 보수주의 신학을 사수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그해 2월 서울 방배동에 총회신학교를 세우면서 이른바 ‘합동 비주류교단’이 태동했다. 이후 비주류 측은 ‘합동 개혁’ ‘합동 보수’ 등을 시작으로 세포 분열하듯 갈라지고 떨어져 나갔다. ‘정통신학 사수와 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특정 세력의 독주와 이에 대한 반발 등 혼탁한 교단 정치가 분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소속 교단의 분열과정을 지켜봤던 B목사는 “교단이 갈라진 결정적 이유는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기들의 욕심, 즉 교권욕 때문”이라며 “내가 모든 교권을 차지해야 한다는 제왕적 사고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수진 한국교회역사연구원 원장은 ‘한국장로교총회창립100년사’(홍성사)에서 “신사참배 논쟁으로 인한 고신의 분립(1952), 신학적 노선 차이로 인한 예장과 기장의 분열(1953), 세계교회협의회(WCC) 문제로 야기된 예장 통합과 합동의 분열(1959) 이후부터는 특별한 분열 쟁점이 없다”면서 “굳이 이유를 든다면 교권주의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권을 장악한 인사나 세력이 인사와 재정을 주무르며 권력을 휘두른 폐해가 교단 분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취약한 법·제도=현재 우리나라에는 교단설립에 있어서 법·제도상의 장치는 전무하다시피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제2종무실 관계자는 “교단설립은 신고나 인·허가 사안이 아니며, 정부에서 파악하는 바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종교단체 가운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과 재단법인 또는 사단법인 형태를 갖춘 곳만 관리한다. 이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 교단이 몇 곳인지는 공식적으로 조사된 적이 없다. 신학교도 마찬가지다. 234곳인 신학교 중 교육부 인가를 받은 곳은 60여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실제 운영 여부도 알기 어렵다.

교회연합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교단 하나 뚝딱 만들 수 있다”면서 “정관 만들고, 임원 몇 명 세우고, 사무실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교회연합기관이 분열·난립 방조=막 창립한 군소 교단들이 대부분 거치는 절차가 있다. 교회연합기관, 즉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나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에 가입하는 것. 교회연합기관 관계자는 “성도들이나 외부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연합기관에 가입했다고 홍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혜택’도 있다. 법인 설립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연합기관의 이름을 빌리면 세금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회연합기관 입장에서도 군소교단을 많이 가입시키는 게 재정적으로는 이득이다. 가입비와 해마다 분담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회원교단 현황을 보면 이 같은 실상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한기총의 회원교단은 71개이지만 교육부 인가 신학교를 보유한 교단은 3개에 불과하다. 한교연도 35개 회원교단 가운데 11개 교단뿐이다(표 참조). 나머지 회원교단 중에 존재감이 거의 없는 교단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연합기관들이 회원가입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한 교단의 분열과 난립에 제동을 걸기는 어렵다. 오히려 신학이나 윤리에 문제가 있거나 명분도 없이 분열해나간 교단까지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면 한국교회에 심각한 폐해를 가져온다.

◇노회 분열도 심각=자리와 기득권 싸움 등으로 갈라지는 건 교단뿐만 아니다. 교단의 허리로 꼽히는 노회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4월14일 서울 강북의 한 교회에서 열린 예장 합동 평양노회의 174회 정기회. 노회를 분립한다는 안건이 전격 통과됐다. 이에 따라 합동 교단에서 ‘평양’ 명칭을 쓰는 노회는 평양·동평양·서평양·남평양 등에 이어 모두 5개로 늘어나게 된다.

평양노회 소속의 한 장로는 “겉으로는 노회 화합을 위해 분립한다고 했지만 ‘같이 못살겠으니 갈라서자’고 합의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노회 소속 교회인 ‘동도교회’ 사태로 노회 구성원간에 깊어진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교단으로 꼽히는 C교단. 2007년 지방의 한 노회가 총대 파송 문제로 분열되는 파동을 겪었다. 노회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D목사의 전횡이 심해지자 노회원들이 D목사의 총대권을 박탈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D목사는 추종세력을 규합, 새 노회를 만들었다. C교단 관계자는 “양 노회의 힘겨루기로 교단 전체가 홍역을 치렀다”면서 “이 사건으로 지역 교회의 성장세가 꺾였다”고 안타까워했다.

특별취재팀=고세욱 송세영 유영대 박재찬 신상목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