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학입시 대규모 대리시험

입력 2014-06-19 02:58
중국 전역에서 지난 7∼8일 치러진 대입시험 ‘가오카오’(高考)에서 대규모 대리시험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대리시험을 부탁한 학부모들은 지방의 당 간부들로 밝혀져 네티즌들이 흥분하고 있다.

신경보(新京報) 등은 18일 “중부 지역인 허난(河南)성에서 적발된 가오카오 부정행위자가 165명이나 되며 이 가운데 127명이 대리시험을 쳐준 대학생들”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리(李)선생’으로 알려진 사람이 대규모 대리시험을 주도했다. 그는 가오카오를 앞두고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있는 우한대, 우한이공대, 중난재경정법대 등 강의동 화장실에 대리시험 지원자 모집 광고를 붙였다.

이들에게는 대리시험을 부탁한 학생을 합격시켜주는 대학 수준에 따라 2만∼5만 위안(약 330만∼820만원)을 지급한다고 약속했다. 특히 베이징대나 칭화대 등 명문대의 경우 별도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은 모의고사를 치게 해 실력을 갖춘 학생들만 고사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리 선생은 이와 함께 이들의 대리시험을 묵인해 주도록 각 고사장 책임자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는 고사장 한 곳당 6만 위안이 들었는데 올해는 최소 7만 위안(약 1150만원)을 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생들은 후베이성과 인접한 허난성 카이펑(開封)에 있는 고사장 여러 곳으로 가서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실제로 이들이 고사장을 출입할 때 지문검색기에 이상이 나타나도 문제 삼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범죄는 국영 CCTV가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보도 뒤 네티즌들은 “가오카오는 지금까지 공정하게 실시된 적이 없다”며 “정부 관원들 자녀가 안 좋은 학교에 진학한 경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공안부, 교육부 등 관련 기관에는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이번 대리시험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리시험을 쳐주는 사람을 뜻하는 ‘창서우’(槍手·사격수)라는 단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중국 언론은 대리시험을 배후조종한 이들을 색출해 내라고 목청을 높였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