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인사검증 결함”… 與도 김기춘 책임론 비등

입력 2014-06-19 02:09

여권 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자진사퇴론이 확산되면서 새누리당에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참패가 예상되던 6·4지방선거를 어렵게 선방했는데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사를 무리하게 내세워 당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유력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은 18일 청와대 외부 인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서 의원은 월드컵 한·러시아전 응원전이 펼쳐진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 시스템의 총책임을 비서실장이 맡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비서실장이 아니라 밑에서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인데, 차제에 외부 인사위원회를 만드는 시스템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회 의원총회가 끝난 뒤에는 “인사 검증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비서실장한테 직격탄이 가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고도 했다. 김기춘(사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실패 책임이 몰리는 현실을 적시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현재의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린 말이다. 서 의원은 김 실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별개의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다른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도 언론과의 접촉에서 “김 실장은 당을 청와대 아래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김 의원은 “당에 지시를 하고, 인사와 공천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실장이 민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행하는 인사검증 스타일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 일각에선 “도대체 누가 문 후보자를 추천한 것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안대희 전 대법관 카드가 실패한 후 청와대는 개혁성과 국민 눈높이라는 인선 기준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후임자를 물색했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조무제 전 대법관,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각각 중량감 있는 정치인, 청백리, 충청·강원 지역 안배라는 의미가 담긴 후보군이었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김희옥 전 헌재 재판관 등 새로운 인물도 거론됐다. 그런데 막상 최종 지명을 받은 사람은 의외로 문 후보자였다. 수도권 한 의원은 “언론이 지금까지 제기한 각종 의혹을 사전에 정말 몰랐다면 검증 단계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이고, 알면서도 임명을 강행했다면 상황 인식이 너무나 안이하다는 방증”이라면서 “불통 인사라고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