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학교 이탈, 교육실패 관점서 봐야”

입력 2014-06-19 02:52
2012년 초·중·고교를 중퇴한 학생은 6만8188명이었다. 2010년 6만1190명보다 7000명 가까이 늘었다. 해마다 6만명 넘는 학생이 교실을 떠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되며, 그럴 위험을 안고 있는 ‘학업중단 위기학생’은 몇 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중·고교에 다니고 있어야 할 우리나라 학령인구는 약 713만명인데 학생 수는 677만명이다. 청소년 36만명이 학교 밖에 있고 그중 17만명은 뭘 하는지 알 수 없어 ‘실태 미확인’으로 분류돼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한 ‘학교밖청소년지원법’이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이 제 기능을 하려면 학교이탈 현상을 ‘청소년의 실패’가 아닌 ‘교육의 실패’로 바라보도록 관점의 대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소년에겐 헌법상 기본권인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는 그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 따라서 청소년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교육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한 학교와 정부의 책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19일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정책 및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한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지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은 18일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그간의 지원정책은 대부분 학교 밖 청소년을 시혜적 복지의 대상으로 여겼고 방향도 학업 복귀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실패의 낙인을 찍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청소년이 학교를 떠났다는 건 ‘한 인간이 교육받기를 포기했다’는 게 아니라 ‘국가가 교육할 의무를 이행하는 데 공백이 생겼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는 여러 교육 방법 중 하나일 뿐이며 그 방법이 실패했다면 학교의 문제점을 고치는 동시에 다른 교육 방법을 찾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연구원은 ‘학교 밖 청소년 권리옹호자’(가칭) 제도를 제안했다.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상담하는 과정에 학교밖청소년지원법, 청소년복지지원법, 초중등교육법, 학교폭력예방법 등 관련 법규를 숙지한 전문 인력을 일반 상담원들과 함께 배치하자는 것이다. 이들을 통해 학교와 정부가 해당 청소년의 교육권을 침해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 문제점을 개선하고 학교 밖에서 제공될 수 있는 최적의 교육권 보장 방법을 찾아주자는 것이다.

토론회에 공동 발제자로 나서는 조아미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정부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김 교수는 “그동안 중앙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됐지만 학업 중단 청소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내용은 많지 않았다”며 “일괄적인 정책보다 학업 중단의 다양한 유형에 맞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그동안 정책 사각지대에 있던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