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침팬지 윌리가 돌아왔다, 고전명작 속 주인공으로

입력 2014-06-20 02:04
침팬지 윌리가 10년만에 돌아 왔다. 윌리는 보물섬의 해적선, 로빈슨 크루소의 무인도를 누비다 피터 팬이 되어 후크 선장과 싸운다.

어린이 책의 노벨문학상인 안데르센상을 받은 영국의 계관작가 앤서니 브라운(사진)이 자신의 분신인 윌리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책을 펴냈다. 웅진주니어에서 낸 ‘윌리의 신기한 모험’. 2004년의 ‘꿈꾸는 윌리’ 이후 처음이다. 이번에는 세대를 초월해 어린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준 고전명작의 세계 속으로 뛰어들었다.

윌리는 작가가 자신의 소년 시절을 떠올리며 만든 캐릭터다. 그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윌리는 세심하고 따뜻하며 이따금 수줍어하기도 하는 아이”라며 “열심히 노력하고 머릿속에는 상상이 가득한 꿈쟁이”라고 소개했다. 10년 동안 윌리에 변화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금은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책에서 윌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를 따라 깊은 굴속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라푼젤이 살고 있는 높은 탑 위로 오르기도 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이야기 속에 윌리가 녹아들어 갔다”며 “위기에 처한 윌리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두가 궁금해 할 법한 장면을 골랐다”고 말했다. 책에 등장하는 10가지 이야기 중에서 그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한다.

“이 책의 낯설고 뒤죽박죽 꿈같은 내용과 유머는 매혹적이면서도 무서웠어요. 앨리스가 이렇게 이상한 나라에서도 차분하고 이성적이어서 놀랐죠.”

가장 그리기 어려웠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라푼젤을 그릴 때 제일 지루했다”고 말했다. 윌리가 오르는 노란색 탑을 기계적으로 반복해 그렸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 라푼젤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탑 안에 뭐가 있는지 독자들이 상상해주길 바랬다”고 그는 설명했다.

“숲에서 넘어져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당분간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작가는 “상처가 낫는 대로 새 작품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엄마 아빠가 새 아기를 집에 데려오면서 문제를 겪게 되는 아이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귀띔이다. 제목은 ‘히포(HIPPO)’라고.

고전을 패러디한 그의 이번 그림책이 어린이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주길 바라면서 출판사에서는 워크북도 함께 만들었다. 각 장면에 숨어 있는 아빠 고릴라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도 재미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