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리비아 동부 벵가지의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인 알라티. 40대로 보이는 아흐메드 아부 카탈라는 피곤한 표정으로 자신의 2층 집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도 자신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무장세력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카탈라가 속한 무장단체 ‘안사르 알샤리아’는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돼 2012년 9월 11일 벵가지에 있는 미국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대사를 비롯해 4명의 미국인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됐다. 카탈라는 이 조직의 고위 지도자였다.
자정 무렵 24명의 완전무장한 델타포스 요원과 2∼3명의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카탈라의 집을 조용히 에워쌌다. FBI 요원이 동행한 것은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단체에 군 병력을 동원할 경우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사법기관의 지휘를 받을 경우 의회 승인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의 집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무인기가 공중 정찰을 계속하고 있었다. 델타포스 요원은 무장 경호원도 없는 집에 조용히 침투해 그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총은 한 발도 쏘지 않았다. 그리고는 재빨리 그를 차량에 태워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후 카탈라는 지중해에서 대기 중이던 미군 함정으로 이송됐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17일(현지시간) 2012년 벵가지 미국영사관을 공격했던 무장세력의 핵심 인물인 카탈라를 미군이 체포해 압송 중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카탈라는 조만간 법정에 세워질 예정이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민간인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이번 일에 관여한 미국인은 모두 안전하게 리비아를 떠났다”고 말했다.
2년 가까이 미국의 전방위 추적을 받으면서도 소재가 모호했던 그의 행방은 지난 주 카탈라가 집에 들를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면서 작전이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체포 작전을 승인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모들은 만장일치로 작전을 지원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은 작전 노출을 우려해 리비아 정부에 관련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리비아 정부의 개입이 알려질 경우 리비아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WP는 작전 돌입 몇 시간 만에 이를 알아채고 기사화하려 했으나 백악관이 안전문제를 이유로 보도 연기를 요청했으며 WP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탈라 체포는 미국인을 공격할 경우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책임자는 반드시 찾아 추궁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우크라이나와 이라크 등 각종 대외정책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에 희소식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사고 당시 영사관이 공격 받기 직전 수집된 정보나 발생한 상황을 정부가 제대로 판단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어왔다. 특히 공화당은 민주당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재직 중이던 시점을 부각시켜 집요한 공격을 가했다. 때문에 그의 체포는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힐러리 전 장관에게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WP는 이번 작전을 계기로 미군 특수전 사령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번 작전은 지난해 10월 트리폴리에서 알카에다 고위 인사인 압둘 하메드 알루카이를 체포한 데 이은 두 번째 성공한 작전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美 “2012년 리비아 영사관 테러 핵심인물 체포”
입력 2014-06-19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