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 대법원’ 필요성 공감하나 보완점 적지 않다

입력 2014-06-19 02:18
대법원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를 줄이기 위해 대법원과는 별도로 상고(上告)법원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사법정책자문위원회의 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대법관 1명당 매달 250여건씩 재판하는 현실에서는 최고법원으로서의 정책 기능은 물론 권리구제 기능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대 사법제도가 도입된 지 10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주목되는 판례 하나 생산하지 못하는 초라한 대법원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일반사건은 상고법원에 맡기고 법령 해석의 통일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만 대법원이 직접 재판할 경우 우리의 법률문화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법률이 일일이 규제하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대법관들이 지혜를 짜내 명쾌한 판단을 내릴 경우 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국민들의 준법정신도 함께 향상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사실 대법원의 본래 기능은 개별 사건의 유·무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을 최종적으로 해석해 하급심 법원과 국민이 지켜야 할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법률이나 조례, 규칙 등등에 일일이 열거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한 국민행동준칙을 정해주는 종국적인 역할을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동안 우리 대법원은 상고심의 홍수 속에 단순·반복적인 기계적인 일에 치여 최고 법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고법원 신설이 대법원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좋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문제가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대법원 재판을 받지 못하는 소송 당사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상고법원에서 심판받는 당사자와 대법원에서 심판받는 당사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다. 또 중요 사건과 일반사건을 구분하는 기준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상고심 제도 개선은 사법개혁 논의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은 단골 소재였다. 대법관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자는 안부터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하자는 안까지 백화제방(百花齊放)식으로 봇물을 이뤘었다. 이런 점에서 제2 대법원으로 불릴 수 있는 상고법원 신설안은 고심의 일단으로 보인다. 미비점을 잘 보완하면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실효성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국민들이 대법원이나 상고법원 어디에서 재판을 받든지 만족할 수 있도록 보완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법률로 중요 사건과 일반사건을 엄격하게 정하는 것이 필수이겠지만 신속한 구제 절차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상고법원 판사들도 대법관 버금가는 실력과 인격을 갖춘 인물로 채워 신뢰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우선 당장은 하급심을 강화해 소송 당사자들의 재판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으면 한다. 법관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심리를 이끌어야 한다. 소송 남발은 사회적 비용 증가 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