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본선 감독 데뷔전에서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좋은 내용 속에 승점 1점을 얻었다”며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와의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카펠로 감독과의 지략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던 홍 감독은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A매치 64경기에 출전했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골맛을 본 박주영을 빼는 대신 이근호 카드를 꺼내들어 그대로 적중시켰다. 역시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 교체 카드를 낸 카펠로 감독과 장군멍군의 승부를 펼친 셈이다.
하지만 카펠로 감독의 명성과 경력을 감안할 때 연봉 8억원인 홍 감독의 월드컵 본선 데뷔전은 더욱 도드라진다. 이탈리아 출신 카펠로 감독은 AC 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명문 클럽을 지휘하며 우승을 이끈 우승제조기로 명성이 높다. 2012년부터 러시아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겨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팀을 이끌 예정이다. 연봉만 115억원에 이르러 브라질월드컵 감독 중 몸값이 가장 비싸다.
반면 홍 감독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며 지도자로 입문했다. 선수로 4회(1990·1994·1998·2002년) 연속 출전한 것까지 감안하면 월드컵 경험이 적지 않지만 감독으로선 무명에 가깝다. 러시아전에 이어 나머지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경우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메이저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받게 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의 자신감은 홍 감독에 대한 믿음에서 유래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홍 감독의 상대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역시 본 경기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홍 감독은 “러시아를 철저히 연구했고 선수들이 잘해줬다”며 “러시아가 볼을 뺐고 역습으로 나선다는 점을 알고 경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68세 생일을 맞은 카펠로 감독은 경기 중 자주 눈살을 찌푸리며 불편한 감정을 나타냈다.
쿠이아바=김태현 기자
홍명보 감독 인터뷰 “좋은 내용으로 승점 챙겨… 선수들 고개 숙일 필요 없다”
입력 2014-06-19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