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인터뷰 “좋은 내용으로 승점 챙겨… 선수들 고개 숙일 필요 없다”

입력 2014-06-19 02:31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 도중 수비수 한국영에게 잘했다는 의미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본선 감독 데뷔전에서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좋은 내용 속에 승점 1점을 얻었다”며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와의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카펠로 감독과의 지략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던 홍 감독은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A매치 64경기에 출전했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골맛을 본 박주영을 빼는 대신 이근호 카드를 꺼내들어 그대로 적중시켰다. 역시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 교체 카드를 낸 카펠로 감독과 장군멍군의 승부를 펼친 셈이다.

하지만 카펠로 감독의 명성과 경력을 감안할 때 연봉 8억원인 홍 감독의 월드컵 본선 데뷔전은 더욱 도드라진다. 이탈리아 출신 카펠로 감독은 AC 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명문 클럽을 지휘하며 우승을 이끈 우승제조기로 명성이 높다. 2012년부터 러시아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겨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팀을 이끌 예정이다. 연봉만 115억원에 이르러 브라질월드컵 감독 중 몸값이 가장 비싸다.

반면 홍 감독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며 지도자로 입문했다. 선수로 4회(1990·1994·1998·2002년) 연속 출전한 것까지 감안하면 월드컵 경험이 적지 않지만 감독으로선 무명에 가깝다. 러시아전에 이어 나머지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경우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메이저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받게 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의 자신감은 홍 감독에 대한 믿음에서 유래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홍 감독의 상대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역시 본 경기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홍 감독은 “러시아를 철저히 연구했고 선수들이 잘해줬다”며 “러시아가 볼을 뺐고 역습으로 나선다는 점을 알고 경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68세 생일을 맞은 카펠로 감독은 경기 중 자주 눈살을 찌푸리며 불편한 감정을 나타냈다.

쿠이아바=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