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야신’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이고르 아킨페예프가 고개를 숙인 날 멕시코의 골키퍼인 기예르모 오초아(29)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오초아는 18일(한국시간) 새벽 4시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에스타디오 카스텔라오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 골문을 틀어막으며 승리못지않은 무승부(0대 0)를 팀에 선물했다. 신들린 선방으로 브라질월드컵에서 골키퍼 중 처음으로 맨 오브 더 매치(MOM)에도 선정됐다.
오초아는 신성 네이마르를 앞세운 브라질의 파상공격과 6만여명에 이르는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거미 손’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공식 기록상 6차례의 세이브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골이나 다름없는 결정적인 슛도 4차례나 막아냈다. 전반 25분 골문 왼쪽 구석으로 향하는 네이마르의 헤딩슛을 쳐낸 후 전반 43분에도 프리킥에 이은 슈팅을 몸으로 막아냈다. 후반에도 철벽 방어는 이어져 네이마르의 단독 찬스에 이은 슛과 치아구 시우바의 결정적인 헤딩슛을 모두 걷어냈다.
브라질은 무승부로 조별리그 2연승에 실패했다. 브라질이 조별리그 1·2차전에서 2연승에 실패한 건 1978 아르헨티나월드컵 이후 36년 만이다.
사실 오초아는 월드컵 본선만 세 번째다. 2006 독일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됐지만 본선 경기 내내 벤치만 지켰다. 21세 때 처음 참가한 독일월드컵에서는 오스왈도 산체스에게 밀렸고,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베테랑 오스카 페레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소속팀에서도 적잖은 활약을 펼쳤지만 팀 성적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다. 프랑스 리그 AC 아작시오 소속이었지만 현재는 무적(無籍) 상태다. AC 아작시오는 리그 최하위로 처져 2부 리그로 강등됐다. 하지만 오초아는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으로 빅리그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경기 후 홈페이지에 “오초아가 탁월한 경기력을 보였다”고 높게 평가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다 막았다! ‘거미손’ 오초아
입력 2014-06-19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