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혐오 프랑스, 이번엔 집단구타 파문

입력 2014-06-19 02:58
프랑스에서 10대 로마(Roma·집시)가 집단 폭행을 당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는 지난해에도 집시 여학생을 수학여행 도중에 붙잡아 강제 추방해 국제사회로부터 ‘비인간적 조치’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이번에 또다시 집시 혐오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프랑스 정부에 인종차별을 막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일간지 르몽드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3일 발생했다. 파리 북부 피에르피트쉬르센 집시촌에서 사는 다리우스(16)는 10여명의 이 지역 자체 방범대원들(자경단)에게 끌려 나가 뭇매를 맞았다. 자경단은 다리우스가 인근 아파트를 턴 것으로 의심해 다짜고짜 그를 지하실로 데려가 집단 폭행했다. 이들은 다리우스가 의식을 잃자 길가에 버리고 도망갔다. 다리우스는 나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혼수상태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가운데 불법 이민자, 그중에서도 집시에 대한 강경책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집시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강제 추방이 일상화됐다.

집시 강경책이 지속되면서 프랑스에서는 집시가 범죄를 일삼고 더럽다는 편견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정치인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집시 여중생 추방 때 가족까지 내보내 비난을 샀고, 마뉘엘 발스 당시 내무장관도 집시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프랑스에서 집시는 노동허가증도 받지 못한 채 구걸과 날품팔이로 생계를 잇고 있다. 의료보험은 엄두도 못 낸다. 그래도 집시들은 몰래 들어와 산다. 프랑스에서 날품팔이로 버는 돈이 1주일에 70달러 정도인데 고향에서의 벌이보다 낫기 때문이다. BBC방송은 매년 1만명이 강제 추방되고 있지만 프랑스에는 매년 평균 2만명 정도의 집시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고 전했다.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필립 구센은 “유럽에서 집시 배제 정책을 쓰는 국가는 프랑스가 유일하다”면서 “이제는 포용정책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