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김도일] 교사여, 희망의 깃발을 들어라

입력 2014-06-20 02:13

경기도 안산 상록구 중보길에 있는 교회에서 설교 요청이 들어왔을 때 참 난감했다.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안은 도시. 임시분향소에서 만났던, 피지도 못하고 간 어린 학생들의 슬픈 얼굴들을 가슴에 안은 채 상처와 아픔의 도시인 그곳으로 말씀을 들고 가야 했다. 아직도 기다리는 가족에게 오지 못한 여러 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차디찬 바다 속에 있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무튼 최선을 다해 전하고 나서도 황망한 마음은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집으로 가는 길에 한없이 어두워진 마음에 한줄기 빛이 보였다. 심훈의 ‘상록수’를 기념하는 상록수역 근처에 소설의 진짜 주인공 최용신(1909∼1935)의 생을 기리는 기념관이 지척에 있었던 것이다. 기념관은 희망의 상징이자 따스하고 단호한 지도력의 표상인 최용신의 체취와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최용신을 다시 만났고 그녀가 전해주는 희망을 들을 수 있었다.

여리고 가냘파 보이는 젊은 선생이 1931년 경기도 화성군 반월면 샘골에 왔을 때 주민들은 관심도 주지 않았고 무시하기까지 했다. ‘도시에서 공부한 여인이 농촌의 고통을 알겠는가?’ ‘대학까지 공부한 사람이 못 배운 사람들의 설움을 알겠는가?’ 한마디로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한 아이 한 아이를 만날 때마다 관심과 사랑으로 돌보고,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영혼에 대한 진정 어린 사랑에 모두의 마음은 녹아버렸다. 일제 치하의 암울한 역사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길. 그녀는 가난하고 핍절한 삶을 극복해 갈 수 있는 길이 공부를 하고 정신을 세워 나가는 일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알렸다.

가가호호 방문하여 샘골강습소(천곡학원)에 나와서 공부할 것을 장려했고 시간이 나는 대로 논과 밭에 나가 농사일을 같이하며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나무를 심을 것을 권장했고, 마을 사람들의 단합을 위해 학예회를 열어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온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마음은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다. 뿌려진 씨앗은 반드시 열매로 돌아오게 돼 있다. 샘골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기 시작했고, 현재를 계몽하고 미래를 그려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길지 않은 세월. “나는 갈 지라도 사랑하는 샘골강습소를 영원히 경영하여 주시오”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26년의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생은 너무도 짧았으나 그의 열정과 헌신은 오늘까지도 전해진다. 최용신 기념관에서 만난 그녀는 내 마음에도 따뜻한 희망을 전해 주었다.

교회학교는 안타깝게도 무너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입시중심의 교육, 1%대의 출산율, 교회의 신뢰도 하락 등이 어린 자녀들의 교회학교 출석을 막고 있다. 더욱이 한시적으로 봉사하는 교육전도사의 사역, 갈수록 떨어지는 교사 헌신도는 교회학교를 지탱하지 못하게 한다. 도대체 해법은 없다는 말인가?

무너져가는 교회학교를 살리는 길은 미래세대를 살리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미래세대를 최용신처럼 만나러 가고, 배움의 세계로 이끌며, 학교로 향하게 하고, 영혼을 품어야 한다.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에 최용신 선생의 묘와 샘골강습소가 있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그는 어린이를 만나면 부모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단다. “얘는 자라서 크게 될 사람이니 지금은 힘드시더라도 참고 이겨 내시고 자랑으로 키우십시오.”

이 말을 곁에서 듣던 아이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곤 했다고 많은 이들이 증언했다. 교회학교를 재건하고 번성케 하는 열쇠는 교사에게 있다. 교회에 진정으로 어린이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한 명의 최용신이 있다면 교회학교는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김도일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