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의 전투력이 급상승하고 있다. 압박이 살아나고 있으며 헐거웠던 조직력도 한층 촘촘해진 느낌이다. 홍명보호가 18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1대 1 무승부를 거두자 축구 전문가들은 합격점을 내렸다. 그러나 2% 부족한 모습도 보였다. 한국 대표팀이 러시아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면 23일 치르는 알제리와의 2차전에선 더 좋은 경기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허점 보인 체력 관리=홍명보호는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때부터 체력 훈련을 꾸준히 실시해 왔다. 무더운 쿠이아바에서 치르는 러시아전에서 체력이 승부를 좌우할 요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경기 중 체력 관리에 허점을 보였다.
우리 선수들은 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경기 초반부터 오버페이스를 했다. 그 결과 후반 들어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이 경기 후 “마지막에 우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이길 수 있었는데 추가로 득점하지 못한 채 경기가 끝나 아쉽다”고 말했을 정도로 한국은 경기 막판 체력에서 러시아에 밀렸다.
◇옐로카드 비상=러시아전이 끝난 뒤 홍명보호에 ‘옐로카드’ 비상이 걸렸다. 전반 13분 손흥민, 전반 30분 기성용, 종료 직전 구자철이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 손흥민의 경우 알렉산드르 사메도프의 뒤에서 발을 걸었다는 판정에 따라 경고를 받았는데, 슬로비디오로 확인한 결과 손흥민은 사메도프와 닿지도 않았다.
월드컵 본선에서 경고가 2장으로 누적된 선수는 다음 경기에 출장할 수 없다. 3명의 선수 중 1명이라도 알제리전에서 또 경고를 받게 되면 3차전인 벨기에전에 결장하게 된다. 손흥민과 기성용, 구자철은 모두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이어서 경고 관리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홍정호 빠지자 무너진 수비=윤석영-김영권-홍정호-이용이 지킨 포백 수비라인은 가나와의 평가전(0대4 패) 때와는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수비라인은 미드필드진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러시아 공격을 막아냈다. 특히 상대 공격수가 볼을 잡으면 2∼3명이 순식간에 에워싸는 압박은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 홍정호가 후반 26분 부상으로 교체된 지 불과 3분 후 한국은 동점골을 허용했다. 러시아 공격수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든 것이다. 홍정호가 부상으로 교체되지 않았더라면 한국은 더 안정된 수비로 실점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존재감 없었던 박주영=케르자코프와는 달리 박주영은 해결사다운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2선 공격수들과의 연계플레이는 좋았다. 수비수들을 유인해 손흥민과 구자철 등에 슈팅 찬스를 만들어 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본연의 임무인 골 사냥엔 서툴렀다. 상대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는 인상을 풍겼다. 전반적으로 박주영은 경기 감각이 둔한 모습이었다.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체력이 떨어진 데다 경기 감각도 둔한 모습을 보인 박주영을 후반 10분 만에 벤치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근호는 박주영 대신 투입된 지 13분 만에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박주영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AP통신은 “한국은 공격에서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지 못했다”며 “경험이 많은 박주영이 주전 공격수로 출장했으나 그는 아스날에서 무력한 3년을 보내는 동안 길을 잃어버린 듯했다”고 평가했다.
◇세트피스 ‘절반의 성공’=대표팀은 공을 들였던 세트피스에서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러시아의 최대 강점인 세트피스를 봉쇄한 건 칭찬받을 만하다. 우리 선수들은 러시아의 세트피스 공격 상황에서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슈팅 기회를 사전에 차단했다.
하지만 세트피스 공격 상황에서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네 차례의 코너킥 기회에서 홍정호의 헤딩 슈팅을 제외하면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또한 전담 키커로 나선 기성용의 크로스는 대부분 상대 수비에 가로막혔다. 러시아전을 앞두고 세트피스 훈련에 심혈을 기울인 홍 감독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쿠이아바=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홍명보號 전투력 급상승… 이젠 부족한 2% 채워라
입력 2014-06-19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