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사세요”

입력 2014-06-19 02:32
18일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린 구순잔치에서 지난해와 올해 구순을 맞은 노인들이 이정익 목사(가운데)와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소리꾼이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봉사가 눈뜨는 대목을 부른다.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심봉사가 감은 눈을 끔적끔적 하더니 두 눈을 번쩍 떴는디, 이곳이 어디더냐∼ 신촌성결교회 구순잔치로구나.”

18일 서울 마포구 신촌로 신촌성결교회(이정익 목사)가 구순(九旬)을 맞은 인근 주민과 성도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였다. 비록 대예배당에서 구순잔치 및 감사예배로 진행돼 흥은 적었지만 축하무대로는 손색이 없었다.

국악찬양사역을 하는 신새봄씨는 심청가에 이어 ‘인생가’를 통해 장수를 축하했고, 찬송가 ‘예수님이 좋은 걸’을 부르며 구순 어른들 앞에서 재롱을 피웠다. 교회 권사들로 구성된 권사 중창단이 축하 공연도 펼쳤다.

구순을 맞은 안옥진 권사의 딸 임현숙 권사는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구순을 맞아 교회를 찾은 이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했다. 임 권사는 “좋은 일보다 바른 일을 하고자 하셨고, 평생 하나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애쓰신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올해 구순인 6명과 지난해 구순을 맞은 7명이 참석했다. 이정익 목사는 “이번이 처음 행사다 보니 지난해 구순이었던 주민 및 성도들이 1년 차이로 축하를 못 받으면 안타까워할 것 같아 함께 초대했다”고 설명했다. 구순잔치는 100세 시대를 맞아 신앙을 물려준 믿음의 어른들께 감사하고, 장수를 축하하며, 홀로 여생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 홍은동에 사는 강노미 할머니는 “너무 오래 살아서 창피했는데, 오늘 잔치도 열어 주고 목사님이 등까지 두드려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