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후 우리 팀이 정말로 무서운 팀이라는 느낌을 주었으면 합니다.”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2014 브라질월드컵 준비를 위해 현지로 향하기 전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국 선수들은 이런 바람을 저버리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8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에서 후반 23분 이근호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29분 동점골을 내주며 아쉽게 1대 1로 비겼다.
러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9위로 우리(57위)보다 38계단이나 높은 강팀이다. 유럽 예선에선 7승1무2패로 호날두가 버티는 포르투갈을 제치고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한 팀이기도 하다. 베스트 11의 몸값이 1580억원으로 한국(560억원)보다 3배나 많다. 러시아 대표팀을 이끄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연봉이 무려 114억원으로 이번 대회 참가 32개국 감독 가운데 가장 많다. 명장 중 명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반면 우리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연봉이 8억원이다. 그만큼 러시아는 우리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각종 수치는 숫자에 불과했다. 한국은 볼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에서 오히려 러시아에 앞서며 선전했다. 월드컵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한 한국은 러시아에 밀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태극전사들은 경기 전 “한국 선수 이름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상대 감독의 도발적인 발언에 자극 받아서인지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그라운드에 쏟았다. 한국 선수들의 투혼에 우리 국민들도 광화문광장, 영동대로, 해운대해수욕장 등 전국 각지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세월호 참사로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모처럼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었다. 온 국민의 응원은 태극전사들의 몸놀림을 가볍게 만들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월드컵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뛰면 오는 23일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는 승전보를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사설]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선전 이어지기를
입력 2014-06-19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