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장단점은… 초반 강한 압박, 경기 막판 수비집중력 흔들

입력 2014-06-19 03:47
‘사막의 여우’ 알제리는 역시 복병이었다. 승점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만만치 않은 전력을 선보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벨기에는 알제리를 상대로 진땀을 뺀 끝에 겨우 2대 1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알제리는 18일(한국시간)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소피안 페굴리가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알제리의 월드컵 본선 연속 무득점 행진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알제리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한 골을 넣은 이후 5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고 있었다. 기세가 오른 알제리는 이후 후반 중반까지도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풀어갔다.

알제리는 거친 몸싸움을 겸비한 강한 압박으로 벨기에를 당황케 했다.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 공간을 좁힌 채 단단한 수비벽을 구축했고 벨기에의 공격 흐름을 번번이 차단했다. 벨기에 선수가 알제리 진영에서 공을 잡으면 2∼3명이 달려들어 에워쌌다.

알제리가 강한 상대에 맞서 수비 위주로 플레이를 풀어나가다 보니 공격 전력이 전부 드러나진 않았다. 다만 수비형 미드필더 메흐디 라센에서 최전방 공격수 엘 아라비 수다니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은 수시로 위협적인 공세를 펴며 벨기에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날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알제리는 오는 23일 한국과의 2차전에선 더욱 매섭게 공격을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철옹성 같았던 알제리 수비도 후반 중반 이후에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력을 발휘한 강한 압박도 오히려 막판엔 화근이 됐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듯 눈에 띄게 움직임이 느려지고 무뎌졌다.

특히 알제리는 경기 막판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벨기에가 키 1m94의 마루안 펠라이니를 교체 투입하자 알제리 중앙 수비수들은 번갈아가며 펠라이니를 맡았다. 하지만 알제리 수비진은 다소 우왕좌왕했고 제공권 싸움에서 밀려 후반 25분 헤딩골을 허용했다.

동점골을 내준 알제리는 수비수를 줄이고 공격에 무게를 뒀다. 바뀐 공수 비율에 선수들이 적응하는 사이 벨기에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치고 들어왔다. 2명의 수비가 다급하게 붙었지만 아자르는 견제받지 않고 여유롭게 따라 들어오던 드리스 메르턴스에게 공을 내줬다. 후반 35분 메르턴스의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이 골망을 흔들면서 알제리는 무너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