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충분히 상대해볼 만하다

입력 2014-06-19 03:49
벨기에는 상대적으로 약체인 알제리를 상대로 고전했다. ‘황금 세대’로 불리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최강 전력으로 꼽혔던 벨기에였지만 예상외로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주진 못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로 벨기에와 싸워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몸값이 높은 벨기에 선수들은 18일(한국시간)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기세가 오른 알제리를 좀처럼 요리하지 못했다. 후반 중반까지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가끔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특유의 조직력과 화려한 개인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의 용병술이 경기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빌모츠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드리스 메르턴스를 교체 투입했다. 이어 후반 13분 디보크 오리기, 후반 20분 마루안 펠라이니를 잇따라 투입하며 이른 시간에 세 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했다.

자칫 도박으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이는 ‘신의 두 수’였던 것으로 판명났다. 빌모츠 감독의 기대에 먼저 부응한 선수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악의 시간을 보냈던 펠라이니였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겨우 16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고, 헐값에 처분될 것이란 소식이 들려왔었다. 하지만 펠라이니는 귀중한 동점 헤딩골로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한 조국을 구하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오른쪽을 활발히 오가던 메르턴스도 일을 냈다. 왼쪽 에당 아자르에게 치우쳤던 벨기에의 공격 흐름을 오른쪽으로 끌고 왔고 역전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확고부동한 에이스 아자르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벨기에가 답답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사이에도 아자르는 좌우를 활발하게 누비며 공격 활로를 모색했다. 특히 전반 내내 알제리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은 위협적이었고 드리블은 간결했다. 메르턴스의 득점 장면은 사실상 아자르가 연출한 극적인 드라마였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